[WHY] 영진약품은 왜 주총에서 감사 선임에 실패했나?
섀도우보팅 폐지 '후폭풍' 현실화
2019-03-10 이영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영진약품이 최대주주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영진약품공업은 지난 9일 정기주총을 열었으나 제3호 의안으로 상정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위원 선임의 건이 의결정족 수 미달로 부결됐다.
당초 영진약품은 권오기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교수, 최명열 전 KT&G 지원본부장, 송창준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등 3명을 임기 1년의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려 했지만 이번 안건이 부결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이는 올해부터 '섀도우보팅' 제도가 전면 폐지됨에 따라 상장회사들의 주주총회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섀도우보팅’이란 의사 표시 없는 의결권에 대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참석 주식 수의 찬반 비율에 따라 중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13년 폐지됐으나 지난해까지 이를 유예했고 올해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그동안 섀도우보팅 제도 폐지를 둘러싸고 증권업계에서는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상장사들이 주주총회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감사위원의 경우 대주주 전횡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 때는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영진약품의 대주주인 KT&G의 지분율 52.45% 가운데 3%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지분 50.55%(대주주 3%+소액주주 47.55%) 가운데 2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발행주식 가운데 12.64%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날 영진약품 주총의 감사 선임 안건 처리에 참가한 의결권 지분은 12%로 정족수에 미달했다. 찬성 주식 수 기준으로는 1.8%포인트 미치지 못했다.
영진약품은 이 같은 사태를 우려해 2주 전부터 영업직원 100여명을 동원해 전국에 있는 소액주주를 만나도록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주총장에 나타난 소액주주(전체 인원 약 5만 명)는 17명에 불과했다. 때문에 영진약품은 임시주총을 열어 다시 감사위원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영업 손실을 감내하고 총력전을 벌였는데도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며 “임시주총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번 영진약품의 경우와 같이 앞으로 감사(위원) 선임에 어려움을 겪는 상장사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12월 결산 상장사 가운데 소액주주 지분율이 75% 이상으로 높은 115곳이 의결정족수 부족에 따른 주총 안건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 보유 지분이 많지 않고 소액주주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코스닥 상장사들은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