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하이트진로는 왜 박태영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의안을 철회했나?
2019-03-18 이영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하이트진로가 오는 23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 상정될 의안 가운데 박태영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철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박태영 부사장은 하이트진로그룹 창업주인 고 박경복 회장의 손자이자, 박문덕 회장의 장남이다.
1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는 박태영 부사장을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려던 안건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하이트진로는 박태영 부사장 1명을 사내이사 신규선임하는 안건을, 하이트진로홀딩스는 김인규 대표를 재선임하고 박태영 부사장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오는 23일 주총에 상정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박 부사장은 생산안전본부장으로서 품질안전 강화와 공장효율화(마산공장 소주병행생산 등)에 매진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가동률이 떨어지는 맥주공장 3곳(홍천·전주·마산) 가운데 하나를 올해 상반기까지 매각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가운데, 생산본부장으로서 공장 효율화에 집중하기 위한 것 조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하이트진로는 지난 7일 맥주공장 매각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마산공장 맥주 라인 5개 중 2개를 소주라인으로 전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또 소주라인으로 대체되는 기존 맥주 생산설비는 전주공장으로 이전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올해부터 박 부사장이 생산안전본부장을 맡았는데 맥주공장 매각 중단 등 주요 이슈가 있어 경영 전반에 참여하기보단 생산 효율화 작업을 더욱 우선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이 같은 결정이 최근 내려진 공정거래위원회 제재와 연관이 깊을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가 박 부사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을 고발하는 등 하이트진로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굳이 3세 경영을 서두르지 않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의견이 중론이다.
앞서 지난 1월 공정위는 총수일가 소유의 회사를 10년간 부당지원한 혐의로 박태영 하이트진로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과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 등 경영진과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지난 2007년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이후부터 10여년간 막대한 부당이익을 몰아줬다고 봤다.
아울러 서영이앤티에 하이트진로 인력을 파견하고 급여를 대신 지급하는 한편, 하이트진로가 맥주공캔을 구매할 시 서영이앤티를 거치게 해 통행세를 받는 등의 행위도 부당하다는 취지로 조사결과를 내놨다.
때문에 공정위는 박 부사장을 비롯한 핵심 임원 검찰고발 외에 하이트진로 79억5000만원, 서영이앤티 15억7000만원, 삼광글라스 12억2000만원 등 총 107억원 규모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박 부사장은 오너 3세로 지난 2012년 하이트진로 경영관리실 실장, 2015년 하이트진로 전무 등을 거쳐 2015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하이트진로그룹의 지주사 격인 하이트진로홀딩스는 박문덕 회장이 29.49%로 최대주주에 올랐으나, 바로 뒤이어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통해 27.66% 보유해 2대 주주다.
또한 서영이앤티의 지분구성은 박태영 부사장이 58.44%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다. 이어 박재홍 상무(21.62%), 박문덕 회장(14.69%),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5.16%) 등이 주요주주로 구성돼 있다.
결국 서영이앤티는 총수일가 지분만 99.91%에 달해, 사실상 개인 회사로 봐도 된다는 의견이 관련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본인이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장남인 박 부사장이나, 서영이앤티에 양도하면 사실상 경영권 승계는 마무리되는 셈”이며 “하이트진로그룹 지배구조의 최고 정점에 서영이앤테가 위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