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몰린 ‘성지건설’...일감 수주로 탈출할 수 있을까?

2019-03-25     정순길 기자
[파이낸셜리뷰=정순길 기자] 중견건설사 성지건설이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가운데 대규모 지역주택조합 일감 수주로 상장폐지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관련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9일 “성지건설의 감사의견이 ‘거절’”이라며 “이는 상장폐지기준에 해당됨에 따라 상장폐지절차가 진행됨을 알려 드린다”고 금융감독원에 공시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장에 상장중인 성지건설의 주식 매매거래는 이날부터 현재까지 거래 정지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바로 다음날인 20일 성지건설은 무려 2764억원 규모의 화성사랑 성지마음채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신축공사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성지건설의 지난 2017년 말 기준 매출액인 1124억원 대비 245.9%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년 매출의 2배가 넘는다. 때문에 성지건설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3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비롯해 결국 상장폐기 위기에 몰린 성지건설이 이 사업을 책임 준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지역주택조합이란 6개월 이상 일정지역에 거주한 소형주택소유자 및 무주택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조합원이 사업 주체로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조합원 자체가 주인이고 모든 것은 조합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금융 비용이 들지 않아 일반 분양 보다 분양 가격이 15~20% 가량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건설사들이 사업이 불안하다는 이유 등으로 가계약만 걸어 놓고 사업이 지지부진하거나 리스크가 인지되는 경우 사업 포기를 선언하는 경우도 다반사여서 일부 주의도 요구된다. 실제로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성공률은 저조한 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설립 인가를 받은 전국 155개 지역주택조합 가운데 입주가 완료된 곳은 21%에 불과하다. 건설사나 조합의 재무적 능력이나 사업 역량을 꼼꼼히 살펴봐야한다는 의미다. 성지건설은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재기의 발판을 다졌던 회사로 유명하다. 두산그룹 형제의 난에서 밀려난 박 전 회장은 지난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하며 설욕을 다졌다. 하지만 때마침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박 전 회장의 포부에 찬물을 끼얹었고, 박 전 회장은 성지건설 인수 2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운을 맞았다. 부도와 법정관리, 매각이 반복되면서 M&A 시장을 떠돌았던 성지건설은 순탄치 않은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2011년 ‘칸타빌’로 알려진 대원에 인수되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실적부진으로 인해 5년 만에 결국 재매각이 추진됐다. 지난 2016년 신생기업인 아이비팜홀딩스를 거쳐 지난해 8월 네트워크 장비 및 화장품 도매업체인 엠지비파트너스를 새 주인을 맞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한 성지건설이 이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관련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성지건설 관계자는 “회계 감사에서 문제가 있을 거라곤 예상 못한 상황이라 많이 당황스럽다”며 “재감사를 신청해 이를 토대로 오는 4월 9일까지 한국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지건설의 이의신청을 받은 한국거래소는 이후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회사의 유가증권시장 퇴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