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기업 탐구생활] ‘烏飛梨落(오비이락)?’...새주인 맞자마자 자본잠식 빠진 ‘와이디온라인’

2019-03-26     전민수 기자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미르의 전설’과 ‘갓 오브 하이스쿨’ 등으로 잘 알려진 게임 전문기업 와이디온라인이 자본잠식에 빠져 증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한국거래소는 와이디온라인이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98.1%로 자본잠식률 50% 이상에 해당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고 증시에 알렸다. 문제는 와이디온라인의 지난해 반기까지만 해도 자본잠식률이 34.6%에 불과했지만, 12월 말 결산 결과 자본잠식률이 98.1%에 달해 사실상 자본금이 거의 소멸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이 공교롭게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올해 들어 와이디온라인의 주인이 미래에셋자산운용 사모투자펀드(PEF) 인 ‘시니안유한회사’에서 ‘클라우드매직’으로 변경된 이후 진행됐다. 클라우드매직은 와이디온라인이 진행와 왔던 게임 관련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냉장·냉동 및 냉각기계 제조·판매를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매직의 최종책임자인 대표이사가 구청장을 꿈꾸는 현역 정치인으로 알려져 클라우드매직이 와이디온라인을 인수한 것과 관련 증권업계의 다양한 소문이 무성한 상황이다.

왜 와이디온라인은 자본잠식에 빠졌나?

지난해 상반기 까지만 해도 자본잠식과 거리가 멀었던 와이디온라인이 12월 말 결산 결과 자본잠식률이 갑자기 98.1%에 달하는 것과 관련 증시에서는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와이디온라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210억원으로 전년 기록한 374억원 대비 4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100억원, 당기순손실 211억원으로 전년 각각 기록한 9억원, 38억원 대비 큰 폭의 손실률을 보였다. 특히, 당기순손실 내역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무형자산인 소울마스터와 천군, 노블레스, 재난구역13 등 게임 관련 개발비 대부분을 전액 상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무형자산의 상각 액수는 총 91억여원으로 결국 와이디온라인의 자본잠식은 여기가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란 분석이다. 와이디온라인 관계자는 “이들 모바일 게임은 게임매출실적이 부진하거나 경제적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 이사회의결을 통해 게임 개발을 중단 등의 이유로 전액 장부에서 손실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자본잠식에 대한 자구책은 있나?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22일 와이디온라인은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60억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알려졌다.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와이디온라은 측은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 건전성 개선및 새로운 신규 사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투자를 위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납입일은 오는 30일이다. 와이디온라인 관계자는 "오랜시간 잠재적 리스크로 알려졌던 ‘감사보고서 적정 여부’ 등이 해소되고 추가 자본금이 확보되면 신규 사업과 기업의 성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진행 중인 사업 외에도 새롭게 시작될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상반기 중에는 완벽한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고 연내에는 새롭게 성장하는 와이디온라인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와이디온라인의 최대주주 변경 과정은?

지난 2009년 3월 미래에셋 PEF는 예당온라인(현 와이디온라인)을 인수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예당엔터테인먼트와 예당엔터 창업주 故 변두섭 전 회장의 지분 36.5%(571만주)를 542억원에 매입했다. 이어 지난 2012년 4월에는 와이디온라인이 추진한 11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상철 대표(10억원)와 함께 10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당시는 와이디온라인이 100억원에 달하는 순익적자(2011년)로 88.2%(자본금 78억6000만원, 자본총계 9억2400만원) 자본잠식에 빠졌던 해다. 이후 지난 2014년 4월과 2016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신상철 대표이사 등에 콜옵션을 부여하면서 한 때 1005만주에 달했던 보유 주식이 856만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 PEF가 지난 9년간 와이디온라인에 투입한 자금은 총 642억원에 달한다. 지난 5일 미래에셋 PEF는 클라우드매직에 소유 주식 856만주(35.13%) 가운데 612만주(22.43)를 양도해 와이디온라인의 최대주주는 클래우드매직으로 변경됐다. 결국 미래에셋 PEF는 와이디온라인의 지분 일부를 클라우드매직에 318억원에 매각했으니, 투자원금은 커녕 314억원의 마이너스 투자 수익을 거두게 된 셈이다. 당초 클라우드매직은 미래에셋 PEF가 보유한 와이디온라인 지분 전체를 사들이기로 했지만, 예정된 잔금을 치루지 못한 채 일부만 양도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까지 최대주주였던 미래에셋 PEF 시니안유한회사는 올해 1월 19일까지 클라우드매직에 양도하기로 했지만 잔금이 제때 납입되지 않아 최대주주 변경일을 수차례 미뤄왔던 상황이다. 미래에셋 PEF가 보유 주식을 매각하긴 했으나 와이디온라인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았다. 현재 와이디온라인의 최대주주는 클라우드매직(22.43%)이지만, 바로 뒤를 이어 미래에셋 PEF(22.43%)로 남아있다.

새 주인 ‘클라우드매직’은 어떤 회사?

와이디온라인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오르게 된 클라우드매직은 게임과 거리가 먼 냉장·냉동 및 냉각기계 제조·판매를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지난 2005년 5월 일마레인터내셔날이란 사명으로 설립한 이 회사는 12년간 4차례에 걸쳐 사명을 바꾸다 지난해 1월 현재의 클라우드매직이란 간판을 달게 됐다. 현재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 취임한 ‘이정훈’ 대표가 맡고 있다. 올해 1월 15일 클라우드매직은 자사 또는 와이디온라인과 전혀 연관이 없는 중고폰 시장 유통업체인 제이알트레이드를 인수했다. 제이알트레이드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고폰 시장에 발맞춰 중고폰 매입, 수출, 경영 컨설팅 등 폭넓은 분야를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수리 서비스와 같은 중고 휴대폰에 관련된 모든 제반업무도 담당하고 있다고 클라우드매직 측은 설명했다. 또 휴대폰 분실을 대비한 유실물 플랫폼을 구축, 앱 서비스 신사업으로 ‘분실나라’ 어플을 개발해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라우드매직이 제이알트레이드를 인수하는데 소요된 매각대금과 자금 출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클라우드매직의 이정훈 대표는 어떤 인물?

와이디온라인의 최대주주는 클라우드매직으로 완전히 변경됐으며, 클라우드매직은 이정훈 대표가 맡고 있다. 결국 와이디온라인의 최종 주인은 이정훈 대표인 셈이다. 이정훈 대표는 1967년 생으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서울시 의원으로 교육위원회 소속이었다. 현재 이 대표는 강동구청장 출마를 위해 시의원을 사임한 상태로 전해진다. 이번 와이디온라인의 자본잠식 사태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 표는 "경영정상화를 위하 자금을 투입하고 게임 업계의 역량있는 경영진의 보강을 통해 새롭게 재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회사 경영에 힘을 쏟을 겨를이 없는 상황이지만 현재 개임전문가, 전문 경영인 발탁 등 다각적으로 와이디온라인 운영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추가 투자를 통해 주요 게임사로 성장 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 같은 계획과는 달리 와이디온라인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어 김남규 일양산업 대표이사와 변종섭 전 폴포지션게임즈 대표이사를 신임 각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하며, 블록체인과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당시 와이디온라인 관계자는 "김남규, 변종섭 각자 대표이사는 각각 신사업과 게임 사업 부문을 총괄하며 기존 게임 사업의 안정화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태양광발전소 등의 신규 사업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와이디온라인은 신규 사업 모델 가운데 가장 먼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을 공개했다. 실제로 와이디온라인은 지난 1월 29일 미래성장위원회를 구성해 김학배(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위원장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정통한 학계 및 업계의 전문가들을 위원으로 영입하며 본격적인 신사업 추진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 육성을 위해 위원회 산하에 지능형 금융, AI, IoT,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실무진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와이디온라인은 이날 일양산업과 베트남 태양광 발전사업 공동개발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와이디온라인 관계자는 “한국의 앞선 태양광 건설 기술과 일양산업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베트남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와이디온라인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 같은 와이디온라인의 움직임은 이 대표가 강조했던 주요 게임사로 도약한다는 발언과 전혀 무관한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향후 이 대표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