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하겠다는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자신감의 원천은?”

2019-03-27     남인영 기자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대전에 본사를 둔 토종 타이어 전문 프랜차이즈 ‘타이어뱅크’가 최근 ‘뜨거운 감자’인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앞서 금호타이어는 중국 더블스타와의 매각 협상 결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포기, SK그룹의 인수 제안과 취소, 노조와 사측의 끝없는 갈등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타이어뱅크의 등장은 한층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분위기다.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통째로 매각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운을 뗐다. 김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국내 기업으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이어뱅크는 국민 여론과 노조, 채권단의 생각을 경청한 뒤 최종적으로 인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노조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산업은행은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밝힌 데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는 채권단에 공식적으로 관련 제안 서류가 제출된 바 없고, 매출액 등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인수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타이어뱅크에서 공식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힌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라며 “매출 3000억원 회사가 6000억원 인수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겠냐”며 자금조달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한 타이어뱅크를 담보로 차입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누가 타이어뱅크를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겠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고래가 새우를 삼키는 겪’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인수전에 타이어뱅크 입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조달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 문제가 가장 큰 사안 중 하나로 꼽혔다. 김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방법으로 타이어뱅크 자금과 산업은행 유상 증자 조달을 제시했다. 국내 업체 또는 중국 더블스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뿐만 아니라 타이어뱅크의 IPO(기업공개)를 통한 자금 모집 방안도 나왔다. 하지만 타이어뱅크 상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중론이다. IPO를 통한 증권시장 상장을 위해서는 거래소가 요구하는 상장 조건과 심사 기준 등을 통과해야 한다. 이 절차를 거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된다. 익명을 요구한 IB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을 상장하기 위해서는 준비 기간도 길고, 이에 따른 자격 조건 또한 복잡해 당장 타이어뱅크 주식 상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상장을 위해 증권회사도 선정해야 하는데 시간이 급박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분 인수자금을 마련하더라도 금호타이어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중국 법인 부실화 등 해소하기 위한 추가 투자 여력에도 의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김 회장은 자금조달 등 인수방안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번 인발표에 앞서 김 회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 전문가로부터 더블스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의 국내 사업장만 인수하고, 나머지 중국, 미국 등 해외사업장은 더블스타로 넘기는 방안을 자문받는 등 다양한 사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회장은 이날 타이어뱅크가 한국공장을 맡아준다면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해외업체 2곳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오래전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국외 법인과 공동경영하고, 주 경영을 누가 할지도 언급하는 등 기업이 다양한 경영형태를 가지고 운영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호타이어를 살리는 방법도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내 강성 노조인 금호타이어를 어떤 방식으로 안고 갈지에 대한 부담도 숙제로 남아있다. 다만, 금호타이어가 보유한 유통망인 '타이어프로'를 인수하면 국내 타이어 유통 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기대가 크다. 김 회장은 “국내 공장을 국내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것은 자존심”이라며 “금호타이어 살리는 게 이번 인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이어뱅크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많은 우려도 있지만, 넥센타이어를 지금 세계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성장하는 데 역할을 해왔던 만큼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