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박인규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은 왜 사퇴를 결정했나?
2019-03-29 서성일 기자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박인규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이 29일 은행장에 이어 지주 회장직 사퇴를 결정한 가운데 그 배경에 대해 관련업계의 의혹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불거진 은행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좁혀오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이다.
이날 오후 박 회장은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지난주 주주총회에서 은행장 사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지주 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일련의 사태에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주주와 고객, 임직원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박 회장은 검찰로부터 비자금 조성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함께 입건된 간부 16명과 법인카드로 32억7000만원 상당 상품권을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를 제하고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 깡’ 방법으로 비자금 30억여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1억여원을 지역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했다는 의혹 등 박 행장이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 26일 대구은행 제2본점 사회공헌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DGB 금융그룹 부인회’에서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금전 거래와 관련한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
아울러 검찰은 업무방해 등 혐의로 대구은행 전·현직 인사 담당자 등 4명을 입건하는 등 채용 비리 부분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검찰은 은행 간부 등 고위 관계자가 비리에 연루됐다는 진술을 직원에게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행장은 지난 2014년 3월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다. 그는 1979년 입사해 서울영업부장, 전략금융본부장, 영업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조만간 후임 지주 회장과 은행장 선임을 위한 임추위를 열고 경영권 승계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오는 4월 2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박 행장은 금융지주와 은행장을 동시에 경영하는 유일한 수장으로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융지주 회장이 은행까지 겸직하면서 이른바 '황제경영'이라는 수식어가 따랐고, 지배구조상 여러 문제가 발생하거나 제기돼 왔다.
앞서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은 부산은행 및 계열사를 동원해 주가시세 조작을 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성 전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이 ‘제왕적 권력’을 남용할 수 있다‘는 지배구조상 과제를 남겼고 이후 BNK금융지주는 김지완 현 회장과 반대인 부산은행장을 신규 선임했다.
윤종규 KB금융회장은 지난해까지 은행장을 겸직하다가 허인 국민은행장을 선임했다.
DGB를 제외한 KEB하나, KB, 신한, JB금융까지 모든 금융지주와 은행의 수장이 분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