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기업 탐구생활] 부영그룹의 '亂中日記(난중일기)'

2019-03-29     정순길 기자
[파이낸셜리뷰=정순길 기자] 이중근 회장의 부영號(호)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최근 이 회장 구속으로 위기를 맞은 데다 부실시공 논란으로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식소유현황 허위 신고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고발조치했다. 그동안 부영그룹은 이 회장의 1인 단독 체제로 굵직한 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해 왔지만, 이 회장의 부재 속에 뒤를 이을 중심축이 될 만한 전문 경영인이 마땅지 않은 모습이다. 오너 그룹의 특성상 2세 중심의 경영을 기대해 볼 만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영그룹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수입성이 낮아 다른 건설사들이 꺼리던 임대주택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해 재계 순위 16까지 올라온 부영그룹이 이 같이 수많은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중근 회장은 왜 구속됐나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과 조세포탈, 임대주택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적용한 범죄혐의는 12가지에 이른다. 검찰은 부영그룹 계열사들이 실제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가를 산정해 가격을 부풀리는 데 이 회장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령과 대법원 판례를 위반해 분양전환 가격을 산정해 서민에게 불법이익을 취득한 부분에 대해 행정법규 위반 뿐 아니라 거래상 우월적 지위남용에 의한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규모는 4300억원 가량으로 조사됐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04년 계열사 자금 횡령으로 구속기소되자 당시 차명소유한 회사 주식 240만주와 188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회사에 반환해 피해를 변제하겠다고 약속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됐다. 하지만 이 회장은 실제로는 지난 2007년 당시 시가 1450억원 상당인 이 주식을 본인 명의로 전환해 개인 세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회장은 매제의 근무기간 및 급여를 부풀려 188억원 상당의 퇴직금을 이중지급하고, 부인 명의 업체가 부영그룹에서 관리 운영하던 가설재를 임대한 것처럼 꾸며 계열사 자금 155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의 골프장과 아들의 연예기획사 등 오너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에 임대주택사업 우량계열사 자금 2300억원 부당 지원한 혐의도 있다.

전국적 부실시공한 부영에 ‘철퇴’ 때린 국토부

국토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부영주택이 시행·시공 중인 전국 12개 아파트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지난 2월 국토부는 철근을 규정 보다 적게 사용하거나, 골조공사 초기 단계에서 안전점검을 받지 않는 등 규정 위반 사례를 대거 적발했다고 특별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부산 1곳, 경남 6곳, 경북 2곳, 전남 3곳 등에서 진행해 총 164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며 “심각한 부실 시공 사례가 적발된 곳의 지방자치단체들에 총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경주시 및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소재 6개 현장에서는 철근 시공 누락 및 안전점검 의무 위반 등으로 소관 지자체에 영업정지 처분을 요청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벽체에 들어가야 할 철근이 설계보다 적게 사용되었고, 골조 공사 초기 단계에 실시돼야 하는 안전진단이 뒤늦게 이뤄지는 등의 문제가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영업정지 요청은 각각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2개월, 경주시 1개월이다. 국토부는 지자체가 영업정지 기간을 결정하면 이를 합산해 영업정지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최대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한 셈이다. 아울러 5개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시공관리 미흡, 정기 안전 점검 실시 미흡 등 9개 위반 사항이 적발돼 총 30점 벌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적발된 지적사항 164건 가운데 157건이 시정 조치가 끝났고 나머지 7건도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점검 당시 공정률이 10%에 못 미쳐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던 6개 건설 현장에 대해서도 상반기 특별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중근 회장 차명주식 관련 고발조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부영그룹 소속회사들이 동일인 이중근 회장과 그 배우자의 차명주식을 보유한 사실을 숨기고 주주현황을 공정위에 허위 신고한 5개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5개 기업은 부영, 광영토건, 남광건설산업, 부강주택관리, 부영엔터테인먼트 등 이다. 공정위는 완전자본잠식된 남광건설산업을 제외한 부영, 광영토건, 부강주택관리, 부영엔터테인먼트, 동광주택 등 5곳에 대해 과징금 32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 회장과 배우자는 부영(舊 삼신엔지니어링)이 설립된 지난 1983년 당시부터 자신의 금융거래 정지 등을 이유로 본인 주식을 친족이나 계열회사 임원 등 명의로 보유해왔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은 광영토건, 남광건설산업 등 계열회사 설립시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으며, 배우자 역시 부영엔터테인먼트(舊 대화기건) 설립 시 친족이나 계열회사 임원 등에게 자신 소유 주식을 명의 신탁했다. 부영의 계열회사들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로 편입된 이후인 지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이 회장이나 배우자 소유 주식을 차명주주 주식으로 기재해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경우 회사의 주식소유현황 등을 매년 지정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하며 허위 공시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4월 1일 기준 명의신탁 내역과 지분율은 부영 3.5%, 광영토건 88.2%, 남광건설산업 100%, 부강주택관리 100%, 舊 신록개발 35.0%, 부영엔터테인먼트 60% 등으로 이들 명의신탁 주식은 2013년 12월 31일까지 모두 이 회장과 배우자의 명의로 실명 전환된 것이라고 공정위 측은 전했다. 이에 대해 부영그룹은 “이중 처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는 공정위에서 지난해 7월 동일인을 고발한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제출건과 사실상 동일한 행위내용인데도 법조항을 달리하고 처벌대상을 5개 계열사로 하여 재차 고발한 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회장이 주식소유현황 신고·공시 당시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고의적으로 주식 차명주식 보유를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는 2018년 4월로 지정돼 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현재 ‘부영’의 규모는 어느 정도?

부영은 수익성이 낮아 대형 건설사들이 꺼리던 임대주택(사랑으로)으로 사업을 시작해 설립 35년 만에 재계 순위 16위의 대기업으로 급성장한 회사다. 지난 1983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부영은 30여년간 임대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사업지 기준 총 247개, 가구 수로는 20만3000여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지난해 부영주택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12위에 올랐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부영그룹 총 자산 규모는 21조7131억원이다. 2016년 기준 부영 매출액은 1조6309억원, 영업이익은 3348억원이다. 최근 부영은 호텔, 오피스, 리조트, 골프장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 몇 년간은 서울 세종대로 옛 삼성생명 사옥과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 등 알짜배기 건물을 잇달아 사들여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주목받았다. 이 같은 행보는 30여년간 임대주택 사업으로 쌓아 온 탄탄한 자금력 덕분에 가능했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기준 부영의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 등 현금 보유액은 6000억원에 달한다. 1년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룹은 어떤 구조인가

지주회사 격인 부영을 중심으로 한 부영그룹은 재계에서는 ‘이중근 회장 1인 체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부영 지분 가운데 93.8%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이 회장이다. 부영주택은 부영환경산업, 무주덕유산리조트, 부영유통, 오투리조트, 호원, 비와이월드, 천원종합개발 등 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천원종합개발이 100% 지분을 가진 천원개발까지 포함하면 부영은 지주회사 체제 내 9개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 내 계열사 외에도 이 회장이 지분율 과반수를 보유한 회사는 동광주택산업, 남광건설산업, 남양개발, 부광주택관리, 대영대부파이낸스, 대화도시가스 등 총 6개 회사다. 사실상 이들 회사 모두에 이 회장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그동안 이 회장이 모든 경영 현안을 관리한 탓에 부영그룹에는 후계자로 조명받을 만한 경영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 모든 계열사가 비상장사인 데다 오너 기업이라는 특성상 자녀들이 후계자로 떠오를 법하지만 부영 지분 1.64%를 보유한 장남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 외에는 자녀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은 미미하다. 그렇다고 여느 대기업처럼 전문경영인이 있지도 않다. 막강한 1인 경영 체제 때문에 이 회장 공백으로 생기는 타격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부영은 주택사업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