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기업 탐구생활] ‘마지막 단추’ 채운 하림그룹

2019-04-05     남인영 기자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하림그룹이 지배구조의 ‘마지막 단추’를 채웠다. 하림그룹은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 농수산홀딩스, 선진지주 등 4개의 지주회사와 50개가 넘는 계열사를 두고 있었으나 이를 마무리했다. 순환출자 등 정부 규제 이슈를 이미 해소한 바 있는 하림그룹은 지주사 개편 마지막 단계인 중간지주사 합병 추진으로 지배구조 정비에 마침표를 찍게 된 셈이다.

최정점 제일홀딩스, 하림홀딩스 합병으로 단일 지주사 체제 출범

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지난 4일 최상위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의 중간지주사 하림홀딩스 흡수합병을 추진한다.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는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하림그룹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경영효율성 증대와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한 사업영역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 합병비율은 1대 0.2564706이며, 주주 확정 기일은 오는 19일이다. 합병승인 주주총회는 5월 14일이다. 또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오는 5월 14일~6월 4일, 합병기일은 7월 1일이다. 신주는 같은 달 16일 상장된다. 합병 후 존속회사인 제일홀딩스 상호는 하림지주로 변경된다. 하림그룹은 지난 2011년 지주사 출범 이후 4개(제일홀딩스, 하림홀딩스, 농수산홀딩스, 선진지주)의 복잡한 지주사 체제를 꾸준히 정비해 최종적으로 1개 홀딩스 체제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게 됐다. 하림 관계자는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지주사 체제 전환을 7년 만에 완성하게 됐다”며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해 경영효율성과 사업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주주와 고객가치를 높여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기업집단’ 지정 이후 고난의 길 걷게 된 ‘하림’

하림그룹은 1990년대 축산업에서 시작해 사료 생산과 가공 축산물 유통 등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했다. 양계업체로 시작한 하림은 육가공 과정을 수직계열화하면서 국내 관련업계 1위 기업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아울러 지난 2015년 해상운송업체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그룹으로 뛰어올랐다.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는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하림을 향한 공정위의 집중 감시가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지난해 6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한 뒤 ‘재벌 개혁’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내세우면서 진행한 대기업집단 직권조사의 첫 대상이 됐다. 하림은 올해 3월 초까지 하림은 총 7번의 현장조사를 받았다. 담합과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혐의였다. 공정위는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올품은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했고, 최상위 지주사 제일홀딩스를 한국썸벧을 통해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은 공정위 조사 탓?

지배구조와 관련한 공정위의 조사가 계속 되는 가운데 최근 김홍국 회장이 돌연 지난달 12일 하림식품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하림식품은 하림홀딩스의 손자회사이자, NS홈쇼핑의 자회사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이 공정위 조사와 무관치 않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다만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다고 해도 과거 등기이사로 재직하던 중에 일어났던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 구성원인 등기이사는 회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또한 김 회장의 영향력이 사라진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김 회장은 여전히 하림그룹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여전히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등기이사가 아니더라도 ‘사실상의 이사’로서 실적적인 이사직을 수행하는 점에 대해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김 회장의 하림식품 등기이사 사임과 지분구조는 상관이 없다”면서 “김 회장의 지분율은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 회장은 하림식품을 제외한 하림, NS홈쇼핑, 팬오션 등 11개 계열사에서 계속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앞으로 김 회장이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한 계열사들의 이사직을 순차적으로 내려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단일 지주사 체제 ‘하림’...향후 행보는?

하림그룹은 단일 지주사 체제를 통해 미래 유망산업인 농식품 중심의 사업부문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합병 단일 지주사인 하림지주는 지속성장을 위한 비전 제시와 모든 자회사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추진하는 농식품 사업의 최종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아울러 하림그룹이 추구하는 ‘One Health’(하나의 건강)를 향한 항해사와 윤리경영의 감독자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 '곡물-사료-축산-도축-가공-판매-유통' 등 식품의 원료를 생산하는 단계에서부터 관리해 가장 품질 좋고 안전한 신선 식품을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핵심 자회사들이 이미 식품의 가치사슬로 엮여 있다. 하림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도 이와 일치하게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벌크 전문선사 팬오션은 50년 이상의 장기비전을 갖고 글로벌 곡물 유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사료의 원재료인 곡물사업을 더욱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 곡물 자체를 원료로 하는 다양한 미래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축산부문의 하림과 선진, 팜스코, 제일사료는 최고의 사료 제조 및 닭고기, 돼지고기 등 동물성 단백질 생산, 가공을 통해 축산식품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또한 핵심 자회사 가운데 하나인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의 경우 지난해 17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도계 및 가공, 육가공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조만간 동물복지 및 환경친화적 시스템을 접목한 최신 스마트팩토리로 국산 닭고기 품질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대한민국의 3세대 닭고기 산업을 선도해나갈 계획이다. 팜스코 역시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한 차원 높여나가고 있다. 식품제조·판매·유통 부문은 NS홈쇼핑이 가정 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등 최신 식품소비 트렌드에 맞춘 식품 제조와 유통을 책임진다. NS홈쇼핑 자회사 하림식품은 지난 2월 ‘공유 주방’(Sharing Kitchen) 개념의 종합식품단지인 ‘하림푸드 콤플렉스’(Harim Food Complex) 조성에 본격 착수했다. 4년여의 사전 준비단계를 거쳐 착공한 하림푸드 콤플렉스는 4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2019년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농식품 전문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춘 자회사들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이번 단일 지주사 체제 완성으로 더욱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북아 식품허브의 중심 기업으로 발돋움해 주주와 고객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조해 나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