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이 던진 물 한 컵은 ‘3500억원’ 짜리였다”

2018-04-15     이영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조현민이 던진 물 한 컵이 주식시장에서 반등기에 접어들었던 대한항공의 주가에 찬 물을 끼얹었다.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가 회의 도중 광고업체 직원에게 물컵을 던진 사실이 드러난 지난 12일 대한한공을 비롯한 한진칼, 진에어 등 한진그룹 관련 주가는 秋風落葉(추풍낙엽)이었다. 이날 하루 떨어진 주가만 3500억원에 달해, 결과적으로 “조현민이 던진 물 한 컵이 ‘3500억원’이었다”는 분통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조현민 물컵 갑질’ 소식이 전해진 지난 12일 코스피 시장에서 대한항공은 전날보다 6.55% 떨어진 3만3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진칼도 6.42%나 주저앉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코스피에 입성한 한진그룹 계열 저가항공사(LCC) 진에어도 전날 대비 3.99% 하락한 3만1250억원에 장을 마감했다. 12일 하루 만에 떨어진 주가는 총액으로 환산하면 대한항공 2223억원, 한진칼 887억원, 진에어 390억원 등으로 총 합계는 3500억원에 달한다. 결국 조현민 전무가 던진 물 한 컵으로 3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공중분해된 셈이다.
조 전무는 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동생이다. 항공기 회항 사건 당시에도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당시 대한항공의 주가는 ‘유가 급락’이라는 호재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이번 사태에도 중국의 사드보복 해빙 모드에서 일어난 일이라 실적 개선을 기대하던 증권업계에서는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급기야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13일 “업무상 갑질 행위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며 조 전무를 내사하겠다고 밝혔다. 한 투자자는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대한항공이) 동네 편의점도 아니고, 이미지로 먹고 사는 대기업인데 한심하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투자자자는 “시가총액 3조원짜리 회사에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황당한 악재가 자꾸 발생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증시 참여자들 사이에서 ‘오너 갑질’은 대표적인 돌발변수로 꼽힌다. 기업의 실적 흐름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순이익(EPS), 배당성향 등은 대략적으로라도 분석할 수 있는데 오너 갑질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악재이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는 “오너 갑질로 내려간 주가는 곧 회복된다”며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측면에서 보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오너 리스크는 투자자에게 전혀 이로운 이슈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너가 반복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기업은 자본시장에서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투자 결정시 기업의 윤리적인 부분까지 살피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들은 기업의 재무 상태뿐 아니라 지배구조, 사회적 책임 등 윤리적인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편입 종목을 결정한다. 지난해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을 때 “해외 SRI 펀드들이 삼성전자 처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이유다. 전문가들은 오너 갑질로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아예 퇴출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가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스터피자’로 잘 알려진 MP그룹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MP그룹 창업주인 정우현 전 회장은 가맹점주를 상대로 수년간 갑질을 일삼고 기업을 제왕적으로 운영한 혐의로 올해 1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해 7월 MP그룹의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거래소는 상장사 임원의 횡령·배임 금액이 10억원 이상이거나 그 금액이 자기자본의 3% 이상이면 해당 기업의 주식 거래를 정지한다. 정 전 회장의 횡령·배임 금액은 자기자본의 32%(99억원)다. 거래소는 올해 말경 MP그룹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주식 거래 정지 조치는 상장폐지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