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4개월 연속 금리 동결...‘급증’하는 가계부채 우려 컸나
2017-10-13 서성일 기자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 인하 결정 이후 5개월 연속 동결했다.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및 현대차 파업 등의 여파에 따른 경기 하강 우려에도 가계부채 관리가 더욱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가 지난 8월 25일 공공택지 공급 감축, 분양시장 중도금대출(집단대출) 보증 건수 축소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대책 이른 바 ‘8·25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가계부채 증가세가 큰 폭으로 늘어가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688조 4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6조 1000억원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5조 3000억원에 육박한다.
아울러 가계부채 규모도 2분기 기준 1257조 3000억원을 기록해 가계신용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2년 4분기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단 6개월 만에 가계부채는 54조원 이상 폭증했다.
또한 이주열 총재도 지난 9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 차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통화정책의 여력은 있지만 지금까지 가계부채 등을 감안할 때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수차례 인하하면서 경기가 살아나기보다 가계부채 부작용만 키웠다는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매우 빠르다"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앞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경우 금융불균형이 누적될 뿐 아니라 가계 소비도 제약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도 "이 총재는 소비진작을 통해 내수경기를 견인한다며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지만, 경기 활성화는커녕 서민의 주거비 부담만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금통위 내부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해서라도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정부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비율을 다시 낮출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하지만 일부 국제기구가 DTI 규제비율을 30~50%까지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언급했다.
4개월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사실상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내외금리차가 좁혀져 외국인 자본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불보듯 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