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종사자, 역학조사 없이도 산재 인정
2019-08-06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앞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업종에 종사한 이들이 백혈병 등 직업성 암에 걸릴 경우 전문 역학조사 없이도 산업재해로 인정하게 된다.
6일 고용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의 판결을 통해 업무관련성이 인정된 사례와의 동일·유사공정 종사자에게 발생한 직업성 암 등 8개 질병에 대해 업무관련성 판단과정을 간소화해 노동자의 과중한 입증부담을 덜고 좀 더 쉽게 산재처리되도록 절차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대상 질병은 백혈병, 다발성경화증, 재생불량성빈혈, 난소암, 뇌종양, 악성림프종, 유방암, 폐암 등이다.
현재 반도체 등 종사자에게 직업성 암이 발생하는 경우 근무공정 및 종사기간, 해당공정에 사용된 화학물질 및 노출정도등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역학조사를 의뢰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업무관련성 여부를 판단해 왔다.
그동안 역학조사는 종사자의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 유해물질 노출 여부나 노출강도 등 확인을 통해 산재신청인에게 발생한 질병과 사업장 유해요인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원인규명을 목적으로 운영됐다.
이는 재해자의 업무관련성 판단시에도 중요한 논거로 활용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과정에서 통상 6개월 이상이 소요돼 산재보상 결정이 늦어진다는 문제제기와 획일적인 역학조사 실시 등 불필요한 절차로 인해 신청인에게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고용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종사자의 기존 판례 등을 통해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인정된 8개 병에 대해서는 역학조사를 생략한다. 대신 동일 또는 유사공정에 종사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판정할 예정이다.
추정의 원칙은 작업(노출)기간, 노출량 등에 대한 인정기준만 충족하면 반증이 없는 한 인정하고, 미충족시에도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으면 산재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고용부는 앞으로 8개 병 이외에도 법원 등을 통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사례가 추가되면 이러한 병들 역시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다른 업종에서 발생하는 직업성 암에 대해서도 업무관련성 판단절차 개선을 위해 올해 전문가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내년에 의학자문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산재신청인에게 산재입증에 필요한 사업장 안전보건자료를 공유해 재해원인 규명에 활용토록 한다.
신청인 또는 신청대리인이 사업장 현장조사에 동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참여를 안내하며 이들이 요청할 경우 역학조사 보고서를 처분결정 이전에도 사전 제공해 신청인의 알권리를 보호한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이번 반도체 등 종사자의 산재인정 처리절차 개선으로 인해 산재노동자의 입증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업무상질병이 빠르고 쉽게 치료와 보상을 받고 직장복귀는 더욱 당겨질 수 있도록 산재보험 제도를 세밀하게 관리하고 운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