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보험업계가 카드결제를 거절하는 ‘진짜’ 이유는?

2019-08-10     서성일 기자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 한 생명보험사에 2개의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에 대해 수년째 꾸준히 신용카드 자동 결제를 통해 납부해 왔던 A씨는 어느날 보험사로부터 앞으로는 카드결제가 어렵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이에 A씨는 해당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에 수많은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카드사와 수수료율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의미없는 해명뿐이었다. A씨의 상황처럼 수년째 보험업계와 신용카드업계의 '수수료율 줄다리기'로 답보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 카드 납부을 허용하고 있는 전체 상품 1613개 가운데 ‘모든 카드’로 납입을 허용하는 보험사는 KB생명과 KDB생명, 처브라이프생명의 상품 59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보험 상품들은 특정 카드로만 납부를 허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드납부를 전면 거부하는 보험사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생보사의 카드 제한의 정도가 심한 상황이다. 1~4개의 카드만을 허용하고 있는 상품 378개는 모두 생보사 상품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경우 카드 납부를 허용하는 보장성 상품 16개를 모두 삼성카드로만 한정했다. 신한생명도 상품에 따라 2개 또는 4개 카드를 한정하고 있으며, 흥국생명은 3개, NH농협생명과 동양생명 등 4개까지 허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료 카드납의 경우 카드사들과 일일이 조건을 맞춰가면서 계약을 한다”며 “특정 카드사가 수수료를 낮게 받거나, 반대의 경우가 있어서 보험사에 따라 카드사 허용 정도가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이 카드 종류를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드납부를 허용하더라도 카드 종류에 제한을 두면 불가피하게 현금 지급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 소비자들의 카드납 수요가 많지만 보험에서는 유독 이것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당국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빨리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카드납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개선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금감원은 ‘금융 소비자 권익 제고 자문위원회’를 통해 보험료 카드 결제 확대 논의를 본격화했다. 최근 윤석헌 금감원장도 보험금 카드 납부를 강력히 주문하고 생·손보협회에 보험료 카드 결제 현황 및 부당 운영에 대한 개선 대책 수립을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보험사와 카드사 사이에서 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논의는 진척되지 않는 실정이다. 금감원과 양 업계(손보·생명보험업계)는 올 하반기 카드 수수료율을 재산정할 때 보험료 카드 납입 확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료 카드납부는 금융당국이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보험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관련 공시를 심화하고 카드납부 허용지수 등을 개발해 보다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