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기업, 100원 벌면 64원 이해관계자와 공유
2019-08-13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국내 20대 기업이 100원을 벌면 협력기업과 임직원, 정부, 주주, 채권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64.3원을 나눈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매출액 상위 20대 기업의 2017년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998조20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으며, 이 가운데 약 3분의 2 규모인 642조원을 이해관계자와 공유했다.
한경연이 언급하는 ‘경제적 가치’란 기업이 경영활동을 통해 창출한 다양한 사회적·환경적 가치 중 재무적 성과로 측정되는 가치를 의미한다.
또한 주요 기업이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기업의 성과 창출과 이해관계자별 분배를 설명할 때 통용되는 개념이다.
20대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을 가장 많이 나눈 대상은 협력사였다. 20대 기업은 매출액의 절반인 493조9000억원을 제품과 서비스 생산을 위한 원재료와 상품, 용역 구입에 지불했다.
이는 지난 2016년 기업 경영분석상 중소기업의 총 매출액 1579조9000억원의 31.3%에 달하는 규모다.
한경연 관계자는 “기업의 협력사 대금은 1차적으로 협력사의 매출이면서 협력사 임직원의 소득이나 정부의 근로소득세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원천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88조1000억원은 임직원에게 돌아갔다. 매출액의 8.8%가 43만명의 임직원에게 분배돼 국민소득의 원천이 된 것이다.
한경연은 20대 기업 근로자가 납부한 근로소득세를 약 1조7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이는 2017년 근로소득세 세수인 35조1000억원의 약 4.8∼6%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20대 기업이 임금근로자의 소득을 창출해 세수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경연 측은 진단했다.
지난해 20대 기업은 법인세 27조3000억원, 조세공과금 1조2000억원 등 정부에 28조5000억원을 납부했다. 이는 올 한 해 서울시 연간 예산인 28조1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법인세만 놓고 보면 20대 기업이 2017년 전체 법인세수 59조2000억원의 46.1%를 부담했다. 이는 전년 대비 55.8%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액 증가율(10.9%) 대비로는 5배 가량 높은 수치다.
기업 주주는 매출액의 2.4%를 받았다. 주요 기업은 현금배당 증가 외에도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에게 24조2000억원을 분배했다.
한경연 측은 “주주가 가져가는 몫(2.4%)보다 정부 몫(2.9%)이 더 많았다”며 “자사주 소각을 제외하면 20개사의 현금배당은 매출액의 1.2% 수준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20대 기업은 채권자인 금융사에는 매출액의 0.6%, 6조2000억원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했다. 지역사회 기부금으로는 매출액의 0.1%인 1조1000억원을 사용했다.
이 외에도 20대 기업은 제품·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 운송비, 수수료 등으로 매출액의 22.5%를 지불했다. 감가상각이 매출액의 5.5%를 차지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인 연구개발비는 매출액의 2.5% 수준인 24조5000억원으로, 정부의 2018년도 혁신성장 동력 예산과 연구개발(R&D) 관련 예산을 합인 21조8000억원보다 많았다.
뿐만 아니라 20대 기업은 매출액의 5.2%를 사내에 보유해 향후 불확실성과 투자에 대비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이면서 창출한 가치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기업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