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경쟁 뜨거운 국내 홈인테리어 시장...34조 규모 중국시장 진출은?

2019-08-16     정순길 기자
[파이낸셜리뷰=정순길 기자] 지난해 국내 홈인테리어 시장 규모가 12조원대에 달했다. 오는 2023년에는 18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통계청 전망도 나온다.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 만하다. 홈인테리어 서비스란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자재·면적 등을 선택한 후 오프라인 상담을 진행, 이후에 견적을 내고 시공을 진행하는 O2O(Online+Offline) 방식의 인테리어 서비스를 의미한다. 홈인테리어 서비스는 주방, 욕실, 창호 등 각 시공 분야마다 어떤 기업이 협력하고 시공을 진행하는지, 어느 지역에서 시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플랫폼 상에 등록돼 있어 소비자들이 쉽게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뜨거운 ‘홈인테리어’ 인기

홈인테리어 인기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뜨겁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홈퍼니싱 용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구·DIY 제품(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상품)은 99%, 침구·커튼은 96%, 주방용품 48%, 조명·인테리어 상품(벽 장식이나 조명기구, 장식 소품 등 포함)은 29% 급증했다. 오프라인의 경우도 홈인테리어 전문매장 출점 경쟁이 뜨겁다. 기존 강호와 신흥 세력이 뒤엉켜 영토 확장에 여념이 없다. 현재 국내 홈인테리어 시장은 이른 바 춘추전국시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위 브랜드 업체의 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40%대를 차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자칭 타칭 1위라고 알려진 한샘의 경우도 시장 점유율이 20%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잘 알려진 브랜드인 리바트, 일룸, 에넥스를 비롯해 최근 몇 년전부터 ‘홈씨씨엔테리어’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B2C(기업 대 소비자)로 방향을 확대한 KCC 등을 합한 점유율도 20%대라고 추정된다. 전체 100% 가운데 ‘브랜드 업체’ 이외의 군소 업체들이 나머지 60%를 차지하며 경쟁이 과열되는 모습이다.

국내 홈인테리어 시장 과열 경쟁...이유는?

관련업계 종사사 또는 전문가들은 국내 홈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한 이유에 대해 우선 국내에 노후주택이 많다는 점을 꼽는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건축된 지 20년이 넘은 주택은 약 763만호로 전체 주택의 45.7%에 달한다. 30년 이상 된 주택도 약 280만채(16.8%)나 돼, 이들을 모두 종합해보면 62.5%로 10채 가운데 6채 가량은 노후 주택이란 계산이 나온다. 노후 주택이 많으니 그만큼 보수·리모델링 관련 잠재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국민소득 증가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샘 관계자는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면서 인테리어 관련 소비가 급증했다”며 “우리나라도 이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에서 인테리어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홈인테리어 시장 성장에 한 몫 했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과열된 국내 시장 넘어 중국 시장은?

한샘 등 몇몇 국내 기업들은 과열된 국내 시장을 돌파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방편으로 중국에 몇 년 전부터 과감히 투자해 왔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중국의 온라인 시장 연구소인 수투(速途) 연구원의 조사를 인용해 2016년 홈인테리어 서비스의 시장 규모는 2000억 위안(약34 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471억 위안(약 8조원)에서 5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지난 2015년 새로 탄생한 인터넷 인테리어 업체만 200여개에 달할 만큼 홈인테리어 업계가 크게 주목받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의 ‘란런(懒人)경제’와 함께 O2O시장이 호황을 맞이하면서, 홈인테리어 서비스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란런(懒人)경제’란 중국어로 게으른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인 ‘란런(懒人)’과 ‘경제’의 합성어로,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이 스마트폰 및 인터넷을 통해 집에서 식사, 쇼핑, 여가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지칭한다.
중국 현지에는 상하이에 본거지를 둔 치지아왕( 齐家网), 선전의 투바투(土巴兔), 베이징의 아이쿵졘(爱空间), 칭다오의 요주왕( 有住网), 광둥의 PINGO 궈지(国际) 등 쟁쟁한 홈인테리어 업체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홈그라운드라는 장점을 적극 활용해 현지 시공 능력을 바탕으로 막강한 장악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이들의 약한 점을 세밀하게 파고들고 있는 모습이다. 한샘 관계자는 “중국 인테리어 시장은 각 城(성)별로 법규 자체가 달라 거기에 각각 맞추다 보면 진입하기가 힘들 수 있다”면서도 “자재나 가구 등 인테리어에 필요한 소품만 납품하고 시공은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홈인테리어 시장 향후 전망은?

전문가들은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우도 홈인테리어 시장이 당분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태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은 이사를 하거나 집 내부 시설이 고장 나는 등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며 “최근에는 이런 계기가 없어도 집을 꾸미려는 이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월세로 거주하는 사람도 과거에는 인테리어 투자에 인색했지만 요즘은 적극적”라면서 “특히 셀프 인테리어가 확산되는 만큼 개인이 직접 시공하는 데 쓰는 공구, 자재, 소품 등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