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美 월마트 ‘깜짝 실적’ vs 韓 이마트 영업익 급감...이유는?

2019-08-19     채혜린 기자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올해 2분기 각국 유통업계의 대표 선수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월마트와 우리나라의 이마트 실적이 서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월마트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반면, 이마트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급감해 초라한 성적표를 보였다. 이는 단순히 양 국가를 대표하는 유통업체의 실적 비교라고 보기에는 간과할 수 있는 이면이 있다. 미국과 한국의 현재 경제상황이 서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기 때문이다.

월마트와 이마트 실적 어떻길래

관련업계에 따르면 美 월마트는 올해 2분기 매출이 1280억 달러(약 144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즈(NYT) 등 주요 언론은 “월마트가 올해 2분기 기대 이상을 실적을 내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그동안 월마트는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밀려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에 맞서 공격적인 온라인 전략을 펼친 덕에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국내 유통업계의 대표 주자인 이마트는 이마트는 2분기 연결 회계 기준 매출 3조9894억원, 영업이익 5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8.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8% 감소했다. 특히, 별도 회계 기준으로 살펴보면 영업익이 44.2%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이 더했다. 트레이더스와 온라인사업인 이마트몰이 외형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본업인 오프라인 할인점이 크게 부진했다.

실적 희비를 가른 원인은?

미국 현지 시장 전문가들은 월마트가 부진을 딛고 부활할 수 있었던 데는 미국의 경기 회복, 월마트 경영진의 온라인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월마트의 호실적은 미국 경기 활성화로 소비 심리가 개선된 영향이 크다. 온라인 판매가 가파르게 증가한 가운데서도 2분기 월마트 매장을 찾은 방문자 수는 2% 증가했고, 매장 매출은 4.5% 늘었다. 소비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더그 맥밀런(McMillon·51)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경기 호황의 혜택을 봤다”면서 “소비자들이 현재 미국 경제와 개인 재정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기업 정책에 힘입어 소비가 늘고 기업의 수익성이 호전되고 있다. 고용이 늘면서 실업률도 4%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월마트도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등 대규모 감세에 화답해 올 들어 직원 최저임금을 9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했다고 뉴욕타임즈(NYT)는 전했다. 최저임금과 관련 정부가 나서서 인상률을 조정하고 시장 경제의 반대에 부딛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시장 자유논리에 맞춰 기업의 자율에 따라 인상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새 역전된 韓美 경제성장률·실업률·금리

최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경제 관련 각종 지표에서 보듯이 어두운 상황이다. 이마트의 부진은 한 기업의 문제만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문제인 셈이다. 경제 지표 가운데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금리 등 당장 눈에 띄는 3대 지표만 살펴봐도 당장 미국과 한국의 경제 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먼저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미국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3% 후반∼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 기준으로 한 두 차례 4%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케리카와 노무라증권은 올해 상반기 2.7%, 하반기에는 3.4%로 내다봤다. 반면 한국은 정부마저 공식적으로 3%대 성장률을 포기하고 2%대로 하향조정했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미국 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았던 시기는 제2차 오일쇼크와 10·26이라는 정치적 격변을 겪었던 1980년(마이너스 1.5%)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마이너스 6.9%) 단 두차례 뿐이었다. 실업률의 경우도 미국의 올해 상반기 실업률은 4.0%였고, 미 중앙은행(Fed)는 연말 실업률이 3.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실상 완전교용 상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한국의 올해 상반기 평균 실업률은 4.1%로 미국보다 오히려 조금 높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규모는 10만6000명에 그쳤고, 특히 청년층의 고용상황은 심각한 모습이다.
금리의 경우 미국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1.75∼2.0%로 인상했다. 이로써 한미 금리 격차는 0.5%포인트로 커졌다. 미국은 올해 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경우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 포인트까지 확대된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9개월째 금리를 연 1.50%로 동결하고 있다. 한미 금리역전을 생각하면 금리를 올려야하지만, 경기와 고용 상황을 고려하면 올릴 여건이 아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 낮은 실업률, 낮은 금리 등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역전되고 있는 한미의 경제성장률, 실업률, 금리 등 3대 경제 지표는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