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올해만 ‘1조1100억원...신한지주가 자본확충에 전념하는 이유는?
2019-08-23 서성일 기자
빨라진 자본확충 규모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 22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4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수요 조사를 마쳤다. 당일 수요조사에 6천억원대 자금이 몰려 금리 4.15%로 발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는 관련 절차를 밟아 조만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발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신한지주가 올해 끌어모은 자본 규모가 1조1천1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 3월 신한지주는 1천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올해 들어 첫 자본확충에 나섰다. 이달 들어서 신한지주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5억달러(약 5천600억원)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곧이어 이번에 원화로 신종자본증권을 추가로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한달 사이 1조에 육박하는 현금을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3월 발행분까지 더하면 1조원이 훌쩍 넘어간다. 또한 신한지주는 지난 5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기업신용등급 'A1'을 받았다. 이는 신한지주가 해외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 시장에서 채권 등을 발행하려면 국제 신용등급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아니라지만 자본확충 진짜 이유는 ING생명 인수(?)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신한지주가 ING생명 인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실제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본 확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현재 신한지주는 ING생명 지분 59.15%를 인수하는 안을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가 신한지주에 제시한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4천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가 마련한 현금은 현재까지 1조1100억원으로 MBK가 제시한 금액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지만, 차입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도 나온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방향을 정해 진행 중”이라며 ING생명 인수를 공식화했지만 가격 이슈가 가장 치명적이란 이유를 들며 “디테일에 따라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ING생명 인수한다면...목적은?
금융권 내에서는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려고 하는 진짜 이유는 비은행부문에서 신한카드의 비중을 줄여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과 금융 그룹 1위를 탈환을 지목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금융 비은행부문이 차지하는 순이익은 전체의 44%로 은행부문과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뤘으나, 비은행부문 순이익 중 신한카드 비중이 무려 66%에 달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가 지속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고 심지어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 ‘제로페이’까지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카드사의 전망은 좋지 않다. 당장 올해 상반기만 당기순이익이 절반 가량으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의 순이익을 대체해 줄 새로운 대안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금융 그룹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인수 이유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순이익이 각각 3조3100억원, 2조9200억원으로 약 3400억원이 차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ING생명 인수는 이런 차이를 가볍게 뛰어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ING생명 인수는 은행과 카드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빅딜’이라고 평가했다.ING생명 59.15% 인수에 2조4천억원...적정 가격인가?
신한금융은 지난 3월부터 계속해서 ING생명 인수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매각가로 보유 지분 59.15%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4천억원을 제시하자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지분 100%도 아닌 59%를 2조4000억원에 살 수는 없다”며 “내부적으로는 지분 100% 인수 기준으로 3조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IB업계 전문가들도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ING생명 매각가가 다소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NG생명의 시가총액이 3조라고 본다면 59%는 1조8천억원”이라며 “이에 36% 가량 프리미엄을 붙여 2조4천억원에 판다는 의도인데 신한금융이 급할 게 없는 상황에서 이 가격을 받아들일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거래가격으로 2조1천억원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가격에 인수한다고 해도 약 4~20%의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ING생명을 두고 거래가격이 2조1천억원~2조4천억원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가운데 신한금융이 현재 마련한 1조1100원에 차입을 감안할 경우 ING생명 인수가 충분히 가능한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