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주목하는 이유는?
2019-08-26 전민수 기자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무엇인가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용어인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브(Microbe)’와 ‘생태계’를 뜻하는 ‘바이옴(Biome)’을 합성한 용어이다. 통상적으로 인체에 사는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미생물과 이들 미생물의 유전 정보를 뜻한다. 의학계에 따르면 우리 몸에는 무려 100조개가 넘는 미생물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미생물의 95% 이상은 장내에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이 마이크로바이옴이 다양한 질병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신약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수는 일반적인 인체의 세포보다 두 배 이상 많고 유전자의 수는 10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유전자 연구에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세컨드 게놈(Second Genome)이라 부르기도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질병간의 연관성 등을 분석할 수 있어 식품·바이오뿐 아니라 신약 개발과 불치병 치료법 연구 등 인류의 건강 증진을 위한 연구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왜 ‘마이크로바이옴’인가
‘4차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은 해외에서 이미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0년 전인 지난 2008년부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개발에 착수했으며, 최근에는 국가 차원의 과학 연구 프로젝트로 격상, 2년간 한화 1400억원 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일본과 중국 등도 2000년대 말부터 관련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일부 제약사들과 바이오 벤처회사들이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인체와 미생물의 상호 작용 등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약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제품과 신약을 개발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특히, 인간의 체내 미생물의 유전 정보를 활용해 한국인에 맞는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개발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본격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16년 ‘한국인 장내 미생물 뱅킹 기술 개발·촉진 사업’과 ‘인체 공생 세균 유래 물질 기반 면역·대사성 질환 제어 기술’ 등을 추진했다. 아울러 지난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규 파마바이오틱스 실용화, 프로바이오틱스 발굴 시스템 개발 등에 약 6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올해도 만성간질환 치료제 개발 등 신약과 인프라, 실용화 기술 확보에 약 9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의 현주소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마이크로바이옴이 암과 치매, 아토피피부염 등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신약 개발 열기도 뜨겁다. 일동제약은 6000종 이상의 샘플을 확보해 유익한 마이크로바이옴이 아토피와 콜레스테롤 등을 개선하는 지를 연구하고 있다. 쎌바이오텍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대장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동물실험에서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한 가운데 현재 전임상을 준비 중이다. 식품업계에서도 이 같은 열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CJ제일제당이 글로벌 석학들과 함께 바이오·식품 분야 미래 기술 모색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미래 먹거리’로서의 ‘마이크로바이옴’...남은 숙제는?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연구의 착수가 늦은 만큼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아직 요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마이크로바이옴 자체가 아직 상용화보다는 초기 R&D(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상용화 단계까지 누가 먼저 오는지에 따라 글로벌 시장 주도권이 결정될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 마이크로바이옴 등을 활용한 의약품, 서비스 등의 인허가 사례와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는 상황으로, 기업이 상용화를 위해 참고할 사례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한 넘어야할 기술적 한계도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 가운데 유익한 균을 찾는 기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학계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균을 선별하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그러한 미생물들을 선별해도 과연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동물실험, 인체실험을 통해 모든 효능이 확인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국내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치료제 상용화도 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을 오는 2024년 11조원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