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올리긴 해야겠는데”...금리 인상시기 놓고 고민 빠진 '韓銀'
2019-08-26 서성일 기자
韓美 간 금리 역전 상황 심화될 듯
다음달로 예정된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혀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표대로 실행된다면 다음 달부터 미 기준금리는 기존 연 1.75~2.00% 수준에서 2.00~2.25%으로 인상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역전된 한국과 미국 간 금리(1.50%) 격차는 0.75%p(포인트) 까지 확대된다. 오는 30일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 연내 남은 10월, 11월 금통위에서의 금리인상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악화된 경제 지표에 ‘금리인상’ 부정론 ‘급부상’
한은은 연초 저조했던 물가상승률이 점차 회복되고 잠재성장률(2.8~2.9%)에 근접한 경제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하반기 금리인상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한은 금통위의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등장했음에도 이달 금리인상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각종 경제 지표의 악화는 한은 금리인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고용 ‘쇼크’가 큰 부담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은 5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10년 1월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악’ 수준이다. 고용 부진은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져 내수 전반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發(발)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금리인상에 걸림돌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달러화 강세 등이 현실화 되면 관련 시장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국내 체감경기도 좋지 않다.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全(전)산업 기준 75로 전월 대비 5p(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메르스 사태가 터졌던 지난 2015년 6월 이후 최대 낙폭으로, 기업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투자까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다.연내 금리인상 가능성 찬성론도...
한은의 통화정책 딜레마 속에서도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금리인상 시점이 뒤로 밀릴 수록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또한 내년 경제전망이 더 어두운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서지 못하면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인상하지 못했다는 ‘실책’에 대한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제 성장세가 강하지 않더라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명분은 유지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연내 금리인상 기조는 살아있다”고 진단했다.한은의 결정은?
국내 경제 곳곳에 위험요인이 산적해진 탓에 한은의 통화정책 셈법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이달 말 금리인상을 동결하게 된다면 한은은 곤란한 상황에 놓일 전망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국내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경제성장률은 2.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한은이 올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인 2.9% 보다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때문에 10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추가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현실화 된 이후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다소 모순적인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리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금리를 인상할 때를 놓쳤다”며 “향후 경기가 안 좋아질 때를 대비해 금리인하의 여력을 만들어 놔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타이밍을 놓쳤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