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카드업계, 비자카드 수수료에 ‘속앓이’

2019-08-28     서성일 기자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비자(VISA)카드의 수수료 인상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국내 카드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비자카드는 8개 카드사의 해외이용수수료율을 종전 1.0%에서 1.1%로 올리겠다고 통보한 후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국내에서 이용 중이던 카드를 해외가맹점에서 결제를 하면 비자카드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해외이용수수료’라고 한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주요 카드사들은 비자카드가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해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했다며 지난 2016년 공정위에 제소했지만 공정위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비자카드 수수료 인상분, 고객에게 전가한다(?)

공정위는 국내 카드사들의 제소에 따라 비자카드가 해외이용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한데 대해 시장지배 우위를 남용한 것인지에 대해 조사했다. 그동안 국내 모든 카드사는 지난 2016년부터 비자의 해외이용수수료율 인상분 0.1%포인트를 고객 대신 부담하고 있었다. 아울러 아시아·태평약지역 관할인 비자아태지사는 기존에 상향된 수수료 0.1%포인트를 고객에게 부과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소비자가 국내 카드를 이용해 해외에서 100달러 어치의 물건을 구매한다면 실제로는 101달러가 결제되면서 1달러를 국내 카드사가 부담하는 구조였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으로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가 기존 1%에서 1.1%로 올린 외국 결제수수료 인상분 0.1%포인트를 고객 부담으로 돌려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물론 카드수수료에 대한 소비자 여론 악화가 부담으로 작용해 당분간 카드사가 계속 부담할 것이란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결정으로 카드사들이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금액이 150억원 가량으로 관련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비자카드 대안 나선 카드업계

카드업계는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계기로 외국 결제 통로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40%에 이르는 비자카드 의존에서 벗어나 마스터카드와 제휴를 늘리는 방안부터 자체 외국 결제 역량 강화까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자카드의 국내 점유율은 2016년 50% 수준에서 현재는 10%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거주자의 해외 카드 사용 실적은 2014년 122억 달러에서 2017년 171억 달러로 40% 증가했다. 국내 카드사들은 국내 점유율 1위인 비자카드에서 일변도에서 벗어나 마스터카드나 아맥스 등 ‘대체재’를 적극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비자카드 외국 결제수수료 건은 공정위를 통해 제소해 왔던 것으로 이미 충분히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자카드가 독점구조는 아닌 만큼 타 브랜드사와의 제휴뿐만 아니라 국내 전용 카드 발급을 늘리는 등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