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올해 상반기 비은행권 ‘기업’ 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2019-09-04 서성일 기자
올해 상반기 ‘기업 대출’ 급증세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기업 대출 잔액이 147조7333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6조3180억원(12.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상반기 기준 비은행의 기업 대출액은 2014년 2조6388억원에 불과했지만, 2015년 4조9389억원, 2016년 8조8172억원, 2017년 16조3948억원으로 매년 2배 가량 증가세를 보이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공식적인 통계에서 제외됐지만 대부업체까지 포함시킨다면 상승세는 더욱 심화됐을 것이란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기업 대출액 가운데에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금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올해 6월 말 비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31조3564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5.3% 증가했다.신협·농협·축협 증가세 가팔라
비은행권 업권 중에서는 농·축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 증가세가 가팔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협은 올해 상반기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 잔액만 4조1294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5.4%나 급증했다. 아울러 농·축협 등 상호금융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7조1384억원, 저축은행 중소기업 대출은 2조942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 대비 각각 13.3%, 10.3% 늘었다.같은 기간 ‘가계 대출’은 감소
반면 같은 기간 비은행권 ‘가계 대출’ 잔액은 1% 가량에 해당하는 3조2951억원 늘어난 317조1867억원에 그쳤다. 이는 ‘기업 대출’ 잔액 증가분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상반기에만 2016년 17조9956억원, 2017년 13조6172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던 비은행권 가계 대출이 지난해 당국의 규제 방침으로 규모가 쪼그라든 모습이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비은행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대출 수요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을 통한 비은행 기업대출로 우회해 규제 망을 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상호금융권 가계 대출 규제가 심해지자 대출 수요가 개인사업자 대출로 옮겨갔을 것이란 해석이다.일반은행 보다 취약한 비은행권 대출...모니터링 강화돼야
통상적으로 비은행 대출은 일반 은행 대출보다 취약도가 높다. 이는 일반은행에 비해 대출금리가 높아 경기가 불황이거나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 부실 우려가 급격히 확대할 수 있어서다. 비은행권 대출 행태에 대한 모니터링과 감독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앞서 지난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최근 비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전월 대비 소폭 축소됐으나 개인사업자 대출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대출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임대와 관련된 점을 고려해 이를 가계부채에 포함한다면 비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상호금융권의 임대사업자 대출이 늘고 있다”면서도 “2금융권에도 지난 7월부터 임대업자 대출 규제 강화안이 도입됐고, 향후 다른 업권과 발맞춰 관련 규제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