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코스닥 활성화 '암초'...대책 마련은?

2019-09-05     이영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시장의 뜨거운 반응으로 출범 초기 돌풍을 일으켰던 코스닥벤처펀드가 5개월 만에 암초에 부짖친 형국이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이 전월 대비 0.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5일 출범 이후 첫 감소세로, 부진한 수익률로 인해 자금 이탈이 발행한 것이란 게 투자은행(IB) 업계 중론이다. 설정액은 투자자가 펀드에 넣은 투자 원금을 말한다. 펀드 수익률이 반영된 자금은 순자산이다. 설정액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갔다는 얘기다. 특히, 공모형 펀드 설정액의 경우 지난 7월 처음 1.24%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 말 기준 설정액이 7556억원으로 전월 대비 2.16% 줄면서 감소 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 설정액도 2조2072억원으로 전월 대비 0.26% 줄었다. 펀드 운용사는 공모·사모를 포함해 펀드 수는 228개로 전월 대비 펀드 수가 1개가 더 늘어났지만, 펀드의 설정액 총액은 오히려 쪼그라 들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자본시장의 화두는 단연 ‘코스닥벤처펀드’였다. 정부의 강한 정책적 의지에 힘입어 출범한 지 100일도 안돼 2조9412억원을 모집됐지만, 펀드수익률이 저조하면서 자금 유입 증가 흐름이 역전됐다.

출범 초기와 달리 역전된 상황...해결책은?

이 같이 출범 초기와는 달리 역전된 상황에 대해 IB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의 수익률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3개월 누적 수익률 산정이 가능한 코스닥벤처펀드 5개 가운데 4개꼴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조바심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모와 사모 구분 없이 중장기 투자를 유도해 투자자에게는 안정적인 수익률과 세제혜택을, 벤처·중소기업에게는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하도록 설계된 상품이 단기 상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상품을 내놓은 자산운용사도 추가 유인책이 없어 투자금 유치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현행 코스닥벤처펀드는 벤처기업 전체 포트폴리오의 50%를 투자한다. 벤처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채권을 포함한 신주에 15% 이상, 코스닥 중소·중견기업의 신주·구주에 35%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전환사채(CB) 시장의 왜곡 현상 우려에서부터 소득공제나 공모주 우선 배정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펀드 설정 후 6개월 이내에 벤처기업 신주 15%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는 요건이 펀드 운용을 어렵게 한다 등의 지적이 잇따랐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0일 “현재 6개월인 코스닥 벤처펀드의 신주 의무투자 기간 등 제도 보완 사안은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마련할 계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 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 상품과 완전히 차별화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이 부담이지만 쉬운 규제를 푸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