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공직자 부정취업 ‘무더기’ 적발...처벌은 ‘솜방망이’

2018-09-18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최근 한 해 동안 퇴직 공직자가 정부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유관기관에 취업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지만, 이에 대한 제재는 솜방망이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엄격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임의취업 공직자 적발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유관기관에 승인 없이 취업한 퇴직 공직자는 모두 813명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제제 없이 과태료 처분 조차 면제 받은 사람이 전체의 63.4%인 51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의취업 적발 해마다 증가세

퇴직공직자 임의취업 적발은 지난 2013년 66명에서 지난해 2017년 229명으로 5년 간 약 3.5배 증가했다.

특히, 2016년 224명, 2017년에는 229명으로 2년 연속 200명을 넘어서며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8월 기준 이미 102명이 적발된 상황이다.

경찰청 출신 가장 많아

퇴직공직자 임의취업 적발이 가장 많은 기관은 경찰청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345명이 적발돼 전체 적발인원 전체 가운데 42.3%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경찰청의 적발건수는 2013년 15명에서 2017년 120명으로 지난 5년 간 약 8.1배 급증했다.

경찰청 다음으로 퇴직공직자 임의취업 적발이 많은 기관은 국방부로, 전체의 10.7%인 87명이었다. 이어 국세청 48명, 국민안전처 39명, 검찰청 20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퇴직공직자 유관기업 취업하려면 정부 승인 받아야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이나 공직 유관단체 임원 등이 퇴직 후 3년 안에 퇴직 직전 5년간 하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 취업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취업 승인이 필요한 기관에는 자본금이 10억원 이상인 민간 기업, 연간 거래액이 100억원 이상인 법무법인·회계법인 또는 학교법인이 설립·경영하는 사립학교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해당 공직자가 퇴직전 새로 취업한 기관에 대해 인·허가, 심판·수사·감독 등의 업무를 맡았던 경우 등이 해당한다.

만약 퇴직 공직자가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제한여부의 확인을 요청하지 않고 취업한 경우는 1천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처벌은 ‘솜방망이’

해마다 적발이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임의취업으로 적발된 퇴직 공직자 가운데 제재 처분을 받는 경우는 보기 힘들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813명 가운데 63.4%인 515명은 가장 낮은 수위의 처분인 과태료조차 면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관별로는 경찰청이 345명 중 91%가 넘는 314명이 과태료부과를 면제받았다. 국방부는 87명 중 40명, 국세청은 48명 중 30명, 국민안전처는 39명 중 37명이 '면죄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퇴직공직자들이 생계형으로 취업하거나 적발 이후 스스로 그만둔 사람들에게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어 면제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인화 의원은 “공직자윤리법에 의해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 퇴직공무원들 취업을 제한하는 제도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취업적발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솜방망이식의 제 식구 감싸기 처벌이 대다수인 것은 공직기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라며 엄격한 법집행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