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국민연금 영향(?)...거세지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열풍

2018-09-26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논란 끝에 ‘스튜어드십 코드’(주주권 행사지침)를 도입을 결정한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의 주주 행동주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장 증권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저택의 집안일을 맡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적극적으로 관리·운용해야 한다는 지침이다.

도입 자산운용사 벌써 19곳

대형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중소형 운용사들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합류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재 61개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으며, 이 가운데 자산운용사가 19곳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시작으로 운용사들의 도입이 줄을 이었고 올해 중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등 11곳이 가세했다.

이 외에도 DGB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 등 6곳이 추가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증권업계도 도입 ‘촉각’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한층 강화된 주주권을 행사키로 하며 상장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대한 거래를 맡길 고객이 될 수 있고, 한편으로는 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주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620조원을 운용하는 국내 자본시장의 최대 큰 손인 국민연금은 분기 또는 반기별로 거래증권사를 선정한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들은 매매실행 능력과 수수료, 주식운용 리서치 능력과 재무안정성 등 인력과 시스템에 꾸준히 투자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상장 증권사 입장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도입한 이후 국민연금이 주주로서도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주주 못지 않은 지분을 국민연금이 보유할 수 있고, 배당, 이사회 선임과 구성,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업계 역시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너’ 있는 증권사들...더욱 면밀히 검토 중

특히, 오너회사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받고 있는 증권사들의 경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삼성증권으로 4월 9일 기준 11.20%이다. NH투자증권은 6월 7일 기준 10.77%로 두번째로 높다.

이 외에 한국투자증권을 주요 자회사로 둔 한국금융지주에 대한 지분율은 9.13%,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지분율은 8.98%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키움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대신증권 등은 5% 미만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경영참여’ 우려도...

다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투자기업의 배당과 관련해 직접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겠다는 계획의 경우 사실상 경영참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증권가의 대응 역시 주목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적극적인 자본확충과 투자가 필수인 증권사에 대해 배당 확대와 고용, 지배구조 개선 등은 과도한 경영간섭의 우려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과 배제를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위원회의 기능에 대한 논란도 국민연금과 관할 부처가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도 경영 간섭을 우려하며 거부감을 나타낸다. ‘연금사회주의’ ‘연금관치주의’란 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코드 성공은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연금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입김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 인사를 배제하고 가입자 대표 등이 추천한 민간 전문가 14명 이내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설치해 주주권 행사의 전권을 맡길 계획이다.

이와 관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스튜어드십코드는 건전하게 운영되는 대다수 기업에는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을 철저히 준수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