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화해치유재단’ 해체 시사

“정상적인 기능 못한다” 아베 총리와 회담서 강조

2019-09-26     이정우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근거해 세워진 ‘화해치유재단’의 해체를 시사했다. 25일(현지 시각) 제73차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에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들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국내적으로 재단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지혜롭게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재단의 사실상 해체를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2015년 12월 29일 발표된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위해 일본 정부의 10억 엔 출연금으로 2016년 설립됐다. 하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금의 성격과 지급 방식 등을 놓고 재단 설립 초기부터 논란이 이어졌으며, 합의에 반발하는 일부 피해자들의 재단 해체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 징용자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나왔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와 함께 강제징용 사안과 관련, 아베 총리에게 “지난 정부가 강제징용 관련 재판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강제징용 소송 건은 3권 분립의 정신에 비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 역시 이날 회담에서 양측 정상 간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 사안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두 정상은 위안부 문제가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서로 지혜를 내기로 했다”고 밝혀 과거사 문제와 당면한 현안을 분리 접근한다는 입장을 부각시켰다. 한편 북일 관계 정상화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총리의 메시지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충실하게 전달하고 그에 대한 답을 들었다”며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서 북일 관계의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북일 정상 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이 강한 지도력을 발휘한 데 대해 경의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때 납치 문제를 포함해서 일북 관계에 대해 언급을 하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문 대통령은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은 위원장에게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 등 북일 간 대화와 관계 개선을 모색해 나갈 것을 권유했다고 소개했다”며 “김정은 위원장 역시 적절한 시기에 일본과 대화하고 관계 개선을 모색해 나갈 용의를 밝혔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전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