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상장폐지 예고 10개사 소액주주들은 왜 거리로 나섰나?

2019-09-26     윤인주 기자
[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상장폐지가 예고된 10개사 소액주주들이 이례적으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폐지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거리로 나서 그 이유에 대해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12개사 ‘조건부 상장폐지’ 결정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9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기업심사위원회 회의 결과,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외부 회계감사인의 의견거절, 감사범위 제한 등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이 됐던 15개사 가운데 12개사의 '조건부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조건부 상장폐지 결과를 받은 12개사는 우성아이비와 엠벤처투자, 넥스지, 에프티이앤이, 감마누, 지디, 트레이스, C&S자산관리, 위너지스, 모다, 레이젠, 파티게임즈 등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상장사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거래소는 의견거절을 받은 기업에 5개월의 유예 기간을 부여해 재감사 기회를 줬다. 하지만 올해는 재감사에서도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한 상장사가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급증해 유례없는 퇴출 대란이 일게 됐다. 상장폐지 대상이 된 12개사는 감사인의 재감사보고서 제출을 통해 상폐 사유를 해소하지 못해 오는 28일부터 정리매매를 시작해 다음달 10일까지 상장폐지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10개사 소액주주들 거리로 나서

26일 상장폐지를 앞둔 코스닥 12개사 가운데 10개사의 경영진과 소액주주들이 불합리한 상장폐지 실질감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코스닥 12개사 일괄 상폐 소액주주단'을 구성해 이날 주주 500여 명은 서울 여의도 거래소 앞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집회에는 감마누와 넥스지, 레이젠, 모다, 우성아이비, 위너지스, 에프티이앤이, 지디, 트레이스, 파티게임즈 등 10개사 임직원과 주주들이 참가했다.

거리로 나선 ‘진짜’ 이유는

소액주주단은 올해부터 외부 회계감사에 도입된 디지털 포렌식(각종 저장 매체와 인터넷상의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는 조사기법) 방식 때문에 재감사가 늦어지게 됐지만, 거래소는 이를 고려하지 않을 채 일방적으로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한 회사의 경우 디지털 포렌식에 개선 기간 대부분이 소요돼 재감사 착수가 지연됐으나 거래소는 재감사보고서 제출을 위해 추가 개선 기간을 부여해달라는 기업 측 요청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소액주주단은 ‘의견거절’을 한 회계법인이 재감사를 맡는 현행 제도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액주주단은 “회계법인이 재감사에서 일방적으로 의견거절을 내거나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재감사 비용이 본감사보다 수십 배가 더 들어도 회계법인이 요구하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짧게는 5∼10분 만에 끝나는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심사를 더 충실히 진행하고 상장폐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정리매매를 유보해 줄 것” 등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