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리뷰] 영화 물괴...너무나도 안전하고 안일한 선택의 연속

2019-09-29     채혜린 기자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영화 속 캐릭터가 생명력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치밀한 설정과 연기 디렉팅, 배우들의 연기력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영화 물괴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평면적인 캐릭터들이며, 그마저도 일관성이 부족해 보인다. 수색대장 윤겸은 권신들의 틈바구니에서 왕을 지켜내려는 모범적인 충신에 지나지 않고, 그의 가족이자 부하들인 성한, 윤명, 허 선전관은 그런 윤겸을 부각시키기 위한 코미디적 요소가 가미된 보조 캐릭터들이다. 캐릭터들이 평면적이고 디렉팅이 안일하다 보니 제 아무리 역량 있는 연기자들이라 할지언정 도식적인 연기를 펼칠 수밖에 없고 자연히 극은 생동감 없이 흘러가다가 뻔한 결말을 맞는다. 그마저도 일관성이 없으니 관객들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극 중 윤명(이혜리 분)의 경우가 가장 큰 모순을 드러낸다. 그녀는 벼슬에서 물러난 아버지 윤겸이 역병으로 학살 당한 시체산 속에서 주워와 자식처럼 기른 입양아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아버지의 벼슬 살이 시절도 못 보고 산속에서 키워진 터라 아버지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있다. 때문에 극 초반부에 수색대장으로 임명된 윤겸을 픽업하러 온 허 선전관에게 "여기에 그런 훌륭한 사람은 없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극의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원더우먼이 되더니, 그 어마무시한 무공에 대해 묻는 허 선전관에게 “나는 조선 최고의 무사의 딸이다!”라는 황당한 대사를 남긴다. 매주 써내야되는 드라마 쪽대본도 아니고, 105분짜리 한편의 서사에서 설정된 캐릭터의 일관성조차 지키지 않는 것이다. 물론 물괴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극과 크리처(괴수)의 만남이라는 조합이 좋다. 모험적인 시도가 눈에 띈다. 그러나 장점은 여기까지인 듯 하다. 이 영화의 모험은 출발선에 멈춰있다. 괴수를 등장시킨다는 것을 뺀 모든 부분에서 너무 안일한고도 안전한 선택만 하기 때문이다. 가족애와 권선징악을 바탕에 깔고, ‘멋있음’과 유머를 담당하는 기능적인 캐릭터들을 내세워, 해피엔딩을 향해 강박적으로 걸어 들어가는 식이다. 또한 맥락 없이 끼어드는 러브라인은 덤이다. 이 와중에 영화는 ‘허상’으로서의 괴물을 등장시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그랬듯 정치풍자에 대한 야심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역시 시도는 좋으나, 상황만 펼쳐놓았지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서 영화를 어정쩡하게 만들어버리고 만다. 한국 괴수물, 아직 갈 길이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