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금융권 ‘화두’로 떠오른 ‘마이데이터’...주도권 경쟁 치열

2019-10-04     서성일 기자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올해 들어 금융권에서는 ‘마이데이터’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관련 사업들은 ‘태풍’처럼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과 IT기업 간 상생을 위한 합종연횡(合從連橫)이 한창 진행중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디지털 생태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개념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 및 정보보호 종합 방안’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후속과제로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산업’을 올해 하반기에 도입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직접 금융기관과 통신사, 병원 등이 보유한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3의 업체에 전달해 새로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시범 사업이다. 기존에 개인정보를 활용할 때는 모든 사항에 본인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을 실시하면 본인이 개인정보 활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되면 예를 들어 개인은 금융거래 내용을 프라이빗뱅킹에 제공해 맞춤형 재테크 서비스를 받거나, 건강·신체 정보를 건강관리 업체에 넘겨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정부 주도로 스마트 공시(Smart disclosure)라는 사업을 하고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애플의 경우 헬스앱을 통해 의료 기관의 개인정보를 다운로드 받아 저장하고 이 정보를 다른 건강 앱과 공유해 활용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왜 ‘마이데이터’ 사업에 집중하나

마이데이터는 기업과 개인간 불균형한 데이터 생태계와 금융사와 소비자간의 정보불균형과 관련이 있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실질적 보장과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보제공을 통해 주체적인 정보관리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부연하면,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관리·통제하고 해당 정보들이 본인의 의사에 맞춰 활용될 수 있도록 개인의 정보 주권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활성화 되면 각 개인은 마이데이터를 통해 금융회사나 유통업체 등의 기업이나 병원 등의 기관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본인의 선택에 따라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이를 활용해 맞춤형 금융서비스(재무현황, 신용등급 관리, 금융상품 제공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이를 통한 고용효과 증대도 금융위원회 등 정부당국이 기대하고 있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관련 상위 5개 업체의 연간 매출액이 약 65억9000만달러, 고용인원은 약 1만3000명으로 추정된다. 또한 내년부터 개인 신용 정보법과 데이터 관련 규제가 미국과 유럽 수준으로 전면 개정될 예정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 데이터를 가장 많이 축적한 금융권에 먼저 도입될 것”이라며 “모든 계좌 통합 조회와 상품 비교, 맞춤형 상품 추천과 기타 금융 자문, 영리 목적의 빅데이터 분석 업무까지 카드 부문에서만 잠재적 시장 규모는 1조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IT·핀테크 기업 간 ‘주도권’ 경쟁 치열

이같이 개인정보가 돈이 되는 ‘데이터 경제’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금융회사, 핀테크 업체 및 IT업체들 간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눈치 싸움이 진행중이다. 기존의 은행 등 금융관련 기업들은 마이데이터 산업이 소비자의 금융거래 정보를 활용하는 만큼 사업자 선정 시 고객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보안역량이 뛰어나고,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자본력을 보유한 자신들이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핀테크 기업들은 마이데이터 산업이 핀테크 기반 사업임을 감안해 신생 벤처 기업들에게 사업권을 우선적으로 줘아한다고 강조한다. 삼성SDS, LG CNS, SKC&C 등 IT서비스 업체들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역점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만큼 직접적으로 신용정보업 등 데이터 기반 시장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데이터 기반 사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빅데이터 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 개발이나 클라우드 기반 IT 인프라 구축 등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간 ‘합종연횡’도 한창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금융권과 IT 기업 간에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합종연횡이 한창 진행중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민은행, 아마존과 BDAI(빅데이터(Big Data)와 인공지능를 활용한 금융사기 방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한다고 알려졌다. 이는 데이터 활용을 위해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사가 뭉친 사례다. 신한카드, 한화투자증권 등 다양한 금융사들도 마이데이터 관련 사업에 집중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자산관리서비스 뱅크샐러드와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연동 서비스 개발을 협업한다고 밝혔다. 특히, 신한카드는 초연결 디지털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객 중심의 데이터 활용을 강화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디지털 생태계 변화 불가피

급변하는 마이데이터 관련 사업으로 금융권 상품 유통 채널에 변화가 생기는 등 디지털 생태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이데이터 채널을 중심으로 금융 상품 마켓플레이스가 형성될 경우 기존 은행의 전통 채널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지점, 뱅크앱, 기타 온라인 채널 등 전통 채널의 보완재 수준에 머물더라도 채널 관련 비용의 추가적인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온·오프라인 채널, 모집원(설계사) 등의 인력 감소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김 연구원은 “상품 통합·비교 공시를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될 경우 그동안 브랜드 이미지로 쉽게 돈을 벌던 메이저 은행들은 앞으로 맞춤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사들의 영업조직 모집원보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더 신뢰하는 시대가 올 수 있어 운영비 개념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데이터는 단기적으로 카드회사의 모집원과 보험회사의 설계사 조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보통 신용카드 비용 구조 내에 설계사 수수료, 설계사 조직 운영비, 프로모션 비용이 포함되는데 위의 세 가지 비용은 마이데이터 산업의 잠재적 시장 규모”라며 “상품을 유치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이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