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카풀’ 사업을 할 수 있을까?”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전민수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승차공유’(카풀) 서비스 준비를 마쳤다고 알려진 가운데 해당 서비스가 택시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어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에서는 새 먹거리인 자율주행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승차공유를 통해 교통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지만, 택시업계는 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의 일환이라며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혁신성장이냐 생존권이냐를 두고 양측의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시민들은 카카오의 카풀 사업에 대해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관련 혁신방안을 만들어 놓고도 발표를 하지 않고 있어 결국 택시를 이용하는 일반 시민들과 해당 기업들의 고충만 커져가고 있다.
택시 기사들, '생존권 위협' 외치며 강력 반발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의 노조단체로 이뤄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불법 카풀 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승차공유 서비스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승차공유 서비스는 카카오T 앱에 이용자가 목적지를 입력하면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운전자와 연결되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요금을 내는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여기서 수수료를 떼어가고 운전자는 수수료를 뺀 나머지 금액을 가진다.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1차 규탄 집회에 이어 오는 11일 2차 집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18일에는 광화문에서 규모를 한껏 키운 3차 집회를 열 계획도 세웠다.
이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승차공유 서비스가 택시영업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출퇴근 시간에 승차공유 서비스를 도입하면 더 이상 카카오택시 콜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장시간 노동하고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돼있는 상태에서 카풀앱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결국 택시산업은 모두가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불법 카풀 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업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관련 법 개정 요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관련법에 따르면 '출퇴근시 함께 타는 경우'를 유사운송 금지의 예외 조항으로 두고 있는데, 이를 삭제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카풀 서비스 추진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게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혁신 사업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 기사분들의 일자리를 뺏겠다는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조속히 나서서 택시와 상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택시업계의 ‘카풀’ 사업 반대...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택시업계의 ‘카풀’ 사업 반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때 승차공유업계 1위를 자랑하던 ‘풀러스’의 경우 출퇴근시간에 한해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펼쳤다. 가격도 택시보다 30%가량 저렴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풀러스는 한 발 더 나아가 출퇴근시간 선택제 도입에 나섰다. 유연근무제 등으로 출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사람이 많으니 시간에 상관없이 풀러스 카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 방침을 바꾸겠다는 입장이었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만 19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11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2.5%가 통상적인 출퇴근시간(아침 출근, 저녁 퇴근)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출퇴근시간 선택제인 만큼 운전자의 운행 가능 시간은 그대로 출근시간 2시간, 퇴근시간 2시간으로 제한된다. 그 대신 이 4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 서비스와 다른 점이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는 택시업계와 서울시의 반발로 도입이 무산됐다. 서울시는 운수사업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임의로 과대 해석했다며 경찰에 업체 수사를 요청했다.
갈등이 길어지자 풀러스는 사업 확장에 차질이 생겼으며, 경영난과 투자사의 압박으로 최근 직원 70%를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사업 방향 전환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 깊어지는 사이 시민과 관련기업들 고충만 늘어
상황이 이와 같으나 정부는 승차공유(카풀) 혁신방안을 만들어 놓고도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결국 택시를 이용하는 일반 시민들과 승차공유 관련기업들의 고충만 커져가고 있다.
5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 최근 5년간 서울시에서 승차거부, 불친절, 부당요금징수 등 택시와 관련된 시민불편은 11만3989건에 달했다.
문제는 이같은 택시 이용 불편과 관련한 민원이 매년 반복되고 있음에도, 과징금이나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전체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총 11만3989건에 해당하는 승차거부 등 민원 신고 접수 중 과징금이나 과태료,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9.5%인 1만842건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현재 3000원에서 1000원 인상해 4000원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심야 할증도 밤 11시~4시로 1시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비 인상 조짐을 보이지만 정부는 카풀 혁신방안을 발표도 못 하고 있다. 카풀 혁신방안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택시업계, 모빌리티 업계가 논의 끝에 만든 대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 업계는 아예 출퇴근 카풀까지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추진할 정도로 양쪽의 견해차가 너무 벌어져 있다”며 “사업 모델링 자체가 순수한 카풀은 어느 정도 허용이 되지만 카풀 전업화는 제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풀앱은 허용하되 전업화 하는 움직임으로 인해 규제한다고 설명한다. 출퇴근 시간 교통난이 가중되는 상황에 카풀을 이용한 운송 서비스는 도로 차량정체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24시간 내내 카풀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위반되는 행위로 보고 있다.
정부의 발표만 기다리고 있는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속이 타들어 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승차공유 서비스 출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채 속을 태우고 있고, 차차크리에이션 등 승차공유 스타트업은 국토부의 불법 규정으로 서비스를 접거나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