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유명무실’ 논란...인용결정 1%도 안돼

고객의 분쟁조정신청에 보험사는 소송으로 무력화 논란

2019-10-12     서성일 기자
출처=금융감독원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최근 3년간 금융감독원의 보험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수 가운데 인용결정을 받은 건수는 36건에 불과해 전체 신청 건수 대비 0.056%에 불과해 ‘분쟁조정위원회’가 유명무실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분쟁조정 신청 후 한쪽이 소송을 제기하면 분쟁조정이 중단되는 현 제도를 보험사들이 무분별한 소송으로 악용해 분쟁조정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3년간 분쟁조정 신청건수 6만4447건...인용 결정은 고작 36건

12일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보험 분쟁 신청 및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3년간 금감원에 제기된 보험관련 분쟁조정은 총 6만4447건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각각 2만2654건, 4만1793건 등으로, 해당 신청건들의 처리 현황을 보면 최종 분쟁조정위에 올라가 인용결정이 난 건은 신청건수 대비 0.056%에 불과한 36건이 전부였다.

고객 입장에서는 소송보다는 분쟁조정이 유리

고객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할 때 여러가지 사유를 들어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때가 있다. 때문에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53조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은 금감원장에게 분쟁의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장점으로는 일단 비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법원 공과금 등의 여러 비용을 들게 된다. 하지만 분쟁조정위원회는 금감원 소속의 합의제기관이다. 즉,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행정적인 처리에 있어서는 그 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다. 또한 법원보다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분쟁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더욱 전문적이기 까지 하다. 그래서 보험분쟁조정을 통해서 결정문을 받게 되면 그 내용으로 소송 준비를 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2015~2017년

분쟁조정위 인용결정 건수가 ‘극소수’인 이유

하지만 분쟁조정신청제도를 통해 구제받는 경우는 전체 신청건수 대비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현행 관련법에 따르면 분쟁조정의 신청내용이 이미 법원에 제소된 사건이거나 분쟁조정을 신청한 후 소송을 제기한 경우 신청된 분쟁조정이 중단되게 된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보험 관련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이 신청된 건수 6만4447건 가운데 합의건수는 2만4907건이었다. 아울러 조정실익이 없다고 판단돼 기각된 경우 2만4188건, 보험사의 소제기로 각하된 경우 8201건, 민원인이 임의취하한 경우 6989건, 기타(합의권고에 대한 불수용, 보험회사 이첩) 973건이었다. 이에 따라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된 건은 49건에 불과했으며, 이 가운데 인용결정은 36건, 회부된 후 기각이나 각하 결정은 13건이었다.

보험사, 소송으로 분쟁조정신청 무력화 ‘악용’

이처럼 분쟁조정위원회 처리과정에서 금융사에 의해 분쟁조정신청이 무력화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합의건수 2만4907건에는 민원인의 합의취하가 포함돼 있는데, 이는 보험사의 소제기에 위협을 느껴 자체 취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각하, 민원인 임의취하 등의 경우에도 직간접적으로 보험사의 소제기에 영향을 받으며, 금융사는 합의권고에 대해 불수용할 권한도 있고, 보험회사에 이첩된 건의 경우에는 개인이 직접 보험사와 합의해야 해 소비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최근

보험사, 소송비용도 해마다 증가세

실제로 보험사들은 매년 소송비용에 막대한 돈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국내 보험사들이 소송비용으로 지불한 금액은 48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윤경 의원은 “현행 분쟁조정위원회 제도는 분쟁조정건의 1%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험사가 잘못된 영업으로 제기된 민원을 고객의 돈으로 막대한 소송비용을 지불하면서 고객의 민원을 무력화하는 행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책 마련 시급

제윤경 의원은 5천만원 이하의 소액 분쟁조정건에 대해 분쟁조정 과정 중에 소제기를 금지하는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 의원은 “보험사의 무분별한 소제기 관행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의 지도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제윤경 의원이 발의한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보험사의 무분별한 소송으로 분쟁조정이 무력화된다는 지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의미다. 당시 안상수 의원은 “보험 분쟁 발생시 보험사가 금감원의 분쟁조정 절차를 피하고 고객을 압박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