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진단] 부동산 침체에 ‘울상’ 짓는 한샘...‘리모델링’으로 승부수

2019-10-15     채혜린 기자
한샘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 주택거래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이 이른바 ‘나비효과’처럼 국내 1위 가구업체인 한샘의 실적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울상을 짓는 모습이다. 게다가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이 모건스탠리 사모펀드(PE)가 보유한 한화L&C 지분 100%를 3천680억원에 인수하면서 그룹 내 가구 전문 계열사인 현대리바트와 시너지를 내며 한샘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한샘은 종합 인테리어 전문 기업의 강점을 살려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각오다. 가구뿐만 아니라 욕실, 창호, 바닥재 등을 포함해 집 전체 공간을 한 번에 제안하는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1위 한샘, 올 3분기 실적 ‘처참’

1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한샘의 지난 3분기 매출은 4284억원, 영업이익은 14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8%, 7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샘의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이 유독 양호한 영향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실적이다. 이 같은 부진한 실적에 대해 한샘은 주택매매거래량 감소가 B2C(기업대 소비자)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이 전년 동월 대비 3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달 사이 주가 30% 하락

한샘이 이번에 발표한 부진한 실적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반쯤 예견된 상황이었다. 이날 한샘 주가는 1.13% 내린 6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사이에 30.5% 하락했다. 앞서 지난 11일 한화투자증권은 한샘에 대해 올 3분기 실적 부진이 전망된다며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보유'로 내려잡고, 목표주가도 15만원에서 6만4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송유림 연구원은 “한샘의 기업간거래(B2B) 특판 부문을 제외한 전 부문의 매출이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성장률 기준으로는 인테리어 대리점 매출의 감소가, 절대 금액 기준으로는 부엌 대리점 매출의 감소가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샘디자인파크용산

‘리모델링 사업’으로 승부수 띄우는 한샘

한샘은 부진에서 벗어날 승부수로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모델링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달 간 리모델링 패키지 판매 건수가 월 평균 200세트로 지난 상반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상당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은 지난해 28조4000억원에서 오는 2020년 41조5000억원으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건축한 지 2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은 797만호로 파악되고 있다.

어떻게 ‘리모델링 사업’을 성공하나

한샘의 이같은 행보에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올해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해당 사업 부문의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당분간 한샘의 실적에 기대감을 갖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한샘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리모델링 공사 기간을 최대 5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 적극적인 전략을 수립 중이다.
출처=한샘
실제로 한샘은 3~5일 이상 걸리던 욕실 공사 기간을 1일로 줄이는 혁신을 통해 지난해 매출액 1300억원으로 3년 전과 비교해 3배 이상 성장하는 성공사례를 만든 바 있다. 아울러 회사의 유통망도 리모델링 사업에 초점을 맞춰 혁신해 나가고 있다. 가구, 생활용품 중심의 ‘한샘플래그샵’은 리모델링 전시가 추가된 ‘한샘디자인파크’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논현점이, 7월에는 목동점이 공사를 마쳤다. 또한 기존 리모델링 제휴점은 대리점으로 전환해 시공품질과 서비스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80여개의 제휴점을 대리점으로 전환했고 2020년까지 총 5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0~400평 규모의 한샘리하우스 전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50개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의 혁신으로 주택매매거래 감소라는 현재의 시장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인 리모델링 공사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성장가능성이 큰 리모델링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