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한국GM 법인 분리에 산업은행이 ‘거부권’ 검토하는 이유는?

2019-10-19     채혜린 기자
한국GM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은)이 한국GM의 법인 분리 안건에 대해 거부권(비토권)을 행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GM, 연구개발(R&D) 법인 분리..."노조 반발"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인천 부평 본사의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부서 등을 통합해 별도의 R&D 법인을 만들어 분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19일 해당 안건을 최종 확정할 주주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국GM 측은 연구개발 법인 분리가 GM 그룹 내에서 한국 디자인센터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직원 입장에서 보면 생산과 연구개발 법인을 분리해도 당장 크게 변하는 일은 없다. 어차피 생산과 연구조직은 하는 일도 다른데다, 업무 연관성도 점차 분리되던 추세였다. 실제 부평공장이나 예전 군산공장에서는 한국에서 개발된 차만 생한하지 않는다.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말리부나, 군산공장에서 생산했던 크루즈는 해외에서 개발된 차를 들여와 만들었다. 반대로 한국GM에서 초기부터 개발에 참여했던 볼트EV는 미국에서만 생산된다. 하지만 한국GM 노조는 연구개발 조직이 분리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측이 법인 분리 후 한국에서 R&D 부문만 존속시키고 생산 부문은 결국 정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법인이 분리된다면 생산 법인은 단순 하청기지로 전락하고 향후 주문이 끊기면 곧장 공장 폐쇄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도 한국GM이 한국 떠나려는 ‘꼼수’ 우려

한국GM의 2대주주인 산은은 지난 18일 ‘한국GM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한국GM이 충분한 설명과 협의 없이 법인분할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산업은행
산은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주주총회 결과를 지켜본 후 법적 대응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며 “산은은 주총에서 노동조합 및 소수 주주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고, 경영정상화 노력에 매진해 줄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충분한 소명 없이 한국GM이 법인 분리를 강행할 경우 비토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라는 게 중론이다. 산은은 법인 분리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제3자의 객관적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고, 법인 분리가 10년간 GM의 철수 금지 조항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다는 주장이다. GM 측의 설명이 부족해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주총에서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운 만큼 산은은 회계법인 등을 통한 경제적 효과 검증 등의 과정을 거치고, 공장 폐쇄 우려에 대한 GM의 입장표명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주총에서도 충분한 설명이 없다면, 비토권 행사를 통해 향후 법적 대응을 위한 다툼의 소지를 열어두겠다는 계획이다.

한국GM "'비토권' 행사 사안 아니다" 반박

현재 한국GM은 법인 분리는 비토권 행사 사안이 아니고 상법상 특별 결의사항으로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을 경우 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은은 비토권 행사가 가능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찬성률 85%를 요구하는 비토권 행사가 가능한 17가지 특별 결의사항은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직개편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부연하면, 비토권 행사는 법인분리가 행사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행위요건이 되는 셈이다. 산은은 한국GM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로, 산은이 반대할 경우 비토권 행사 대상 안건에 대해서는 안건의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