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서 공제하고도 체납한 국민연금 ‘눈덩이’...피해는 ‘근로자’ 몫

2019-10-22     이성민 기자
출처=파이낸셜리뷰DB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사업주가 근로자의 월급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공제하고도 납부하지 않아 향후 연금 혜택을 볼 수 없는 근로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체납액 건강보험료의 3.3배 달해

22일 바른미래당 장정숙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국민연금보험료 체납현황’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체납 사업장 16만7천개소, 체납한 보험료는 1조4156억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국민연금법 제88조에 따르면 ‘기여금’은 사업장가입자 본인, ‘부담금’은 사용자(사업주)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제90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사업장가입자가 부담할 기여금을 임금에서 공제해서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근로자 월급에서 연금을 공제하고도 사업주가 이를 공단에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 자료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올해 8월 말 기준 건강보험 체납은 421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민연금이 3.3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또한 가입자가 실제 납부하는 보험료는 국민연금이 건강보험료 보다 1.5배 가량 많은 것을 감안할 경우 연금의 체납 관리가 건보에 비해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출처=국민연금공단

고발내역도 ‘미미’

6개월 이상 국민연금 보험료를 체납할 경우 해당 체납사업장에 대한 고발조치 등을 위해야 하나 이 또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연도별 체납사업장에 대한 고발내역 자료를 살펴보면 2013년 69곳, 2018년 111곳만 고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98만개소, 2018년 16만7천개소가 6개월 이상 연금보험료를 체납한 것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사업주가 체납한 국민연금, 근로자가 별도 납부도 어려워

사업주가 체납을 한 국민연금 보험료에 대해 추후에 근로자가 별도로 납부를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근로자가 체납된 국민연금 납부를 위해서는 직원 전체 연금보험료가 체납됐기 때문에 전체보험료를 납부하거나 보험료를 원천징수했다는 원천공제확인서 등 증빙서류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민연금 혜택을 보기 위해 회사 전체 직원의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이나, 폐업한 사업장에서 해당 서류를 발급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따라 사업장가입자로서의 사용자의 체납부분에 대해 근로자가 추후 납부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체납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근로자가 감당해야 한다. 장정숙 의원은 “전국의 연금 체납현황을 고려할 때, 이런 억울한 사연을 가진 분들이 충분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주 체납으로 피해를 본 분들을 두 번 울리지 않도록 연금공단은 관계기관과 함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