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테마섹은 왜 셀트리온 지분을 처분했나

2019-10-25     윤인주 기자
셀트리온
[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제약·바이오 종목의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2대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돌연 지분 일부를 ‘블록딜’ 형식으로 처분해 시장의 충격이 일파만파다. 이번 블록딜 여파로 셀트리온 주가는 사흘 연속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20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바이오기업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까지 다시 불거져 단기간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테마섹의 블록딜 진행 배경에 주목하며, 향후 테마섹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테마섹, 셀트리온 지분 2.9% 처분으로 9000억원 현금화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2대 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지난 23일 장 개장 전 블록딜 방식으로 셀트리온 보유주식 362만5000주(지분율 2.9%)를 국내외 기관투자가에게 처분했다. 전날 종가보다 8% 할인된 24만7000원에 매각한 것으로 총 매각대금은 9000억원에 이른다. 2대 주주의 지분 매각 소식에 투자자들이 크게 동요하며 급락세가 연출된 것이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사흘간 15% 이상 급락하며 시총(9조5800억원)이 10조원 아래로 밀렸다. 지난 1월15일(21조12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셀트리온 측은 오랜 기간 재무적 투자자로서 신뢰와 관심을 보내주고 있는 테마섹과 향후 지속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지분 일부 매각은 셀트리온 본질적 기업가치와는 무관한 사안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테마섹의 투자 포트폴리오 이동 현실화(?)

일각에서는 테마섹의 이번 블록딜 진행이 올해 3월 연례 보고서에서 싱가포르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언급한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테마섹의 싱가포르와 중국 투자 비중이 각각 27%, 26%인데 유럽과 미주 투자 비중도 25%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테마섹은 지난 3월 셀트리온 지분 1.8%를 7542억원에 처분하자마자 독일 제약사 바이엘에 30억유로(약 4조원)을 투입해 3.6% 지분을 사들였다. 최근에는 지난 2003년부터 투자해온 인도네시아 다나몬 은행 지분 73.8%를 전량 매도했다. 역시 포트폴리오 조정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같은 흐름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테마섹은 셀트리온의 이번 일부 지분을 처분하자마자 인도 통신회사에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테마섹을 비롯한 소프트뱅크, 워버스 핀커스 등 6개 기관은 인도 바티 에어텔(Bharti Airtel)의 자회사 에어텔 아프리카에 12억5천만 달러(약 1조42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