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4당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구성 촉구
공동 기자회견 빠진 한국당 “야권 공조 파괴 정치행위”
2019-10-25 이정우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 원내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 의혹 시건을 심판할 특별재판부 구성을 촉구했다.
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25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공동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더 이상 사법정의가 유린당하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며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공정히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개입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그러나 사법농단 수사 진행경과를 보면 법원이 과연 수사에 협조하고 사법농단의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 동안 법원은 사법농단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잇달아 기각했다”며 “일반 형사사건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90%에 육박하지만, 사법농단 사건 압수수색 영장은 단 한 건도 온전히 발부된 적이 없다. 전부 기각되거나, 발부되더라도 일부만 발부됐다”고 지적했다.
‘일부만 발부됐다’는 표현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 대해 법원이 ‘자택은 안 되고, 차량만 압수수색하라’는 결정을 내린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들은 특별재판부 구성의 필요성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 중 사법농단 사건을 관할할 가능성이 있는 다수 재판부의 재판장이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그래서 현행 재판부에 의한 재판으로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한 절차를 통해 재판 사무분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4당이 공통 주장하고 있는 특별재판부 도입은, 지난 8월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 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이 기본 뼈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 따른 구성 방식은, 변호사협회·법원판사회의·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추천위원회가 현직 판사 3명을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이들을 임명하는 형식이다.
다만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저희 당 입장에서는 박 의원 법안에 100%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견을 시사하며 ‘특별재판부 구성’이라는 큰 원칙에 대해서만 공감대를 이룬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국정조사, 법관 탄핵 등의 방안에 대해서는 바른미래당은 물론 평화당에서도 다소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건 사법부 스스로 신뢰 회복할 수 있도록 문제 하는 것”(장병완)이고, 3권분립 차원에서도 “국회의 개입 정도는 가능한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김관영)이라는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 과거에 국정조사 사례를 보면 생산적 결과를 얻기보다 정쟁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며, 박주민 의원 발의안에 대해서도 “법안(심의) 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수정해서 통과시킬 수 있다”고 열린 태도를 보였다.
다만 특별재판부 구성은 입법 사항인 만큼, 국회선진화법 때문에라도 자유한국당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야권 공조를 파괴하려는 정치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특별재판부 구성 주장을 일축하며 “지금의 사법부를 부정한다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퇴하든지 정리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재판부 구성은 현재의 사법부를 부인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다만 “좀 더 심사숙고하겠다”며 다소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국당은 그간에도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아 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행태가 사법부 신뢰를 훼손한 것은 맞지만…”(9월 14일, 윤영석 수석대변인)이라는 언급 정도였다.
양승태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사법 거래’ 의혹에서, ‘거래’의 상대는 주로 박근혜 정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