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2019-11-07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분식회계 의혹으로 곤혹을 치뤘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주고받은 내부문건이라고 주장하는 문건을 공개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강조했다.
박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아니라 통합 삼성물산 분식회계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확히 맞다”고 답하며 “실질적으로 전체 과정은 삼성물산이 참여했고, (이전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까지 공모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현재 증선위가 감리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지난 2015년 7월 있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들은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주주였던 제일모직과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박 의원의 내부문건 공개로 향후 이들과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박용진 의원, 국회서 내부문건 공개
7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정황이 삼성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며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내부문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이 지난 2015년 8월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문건에 따르면 삼성물산 태스크포스(TF)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서 안진회계법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해당 문건을 바탕으로 박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체평가액은 3조원인데도 회계법인들은 8조원의 시장가치를 고평가 했으며, 삼성은 이것이 뻥튀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대로 국민연금에 보고했다고 추정했다.
박 의원은 삼성의 내부문건을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 확대로 자본잠식에 빠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으로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지분이 제일 많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추진했으며,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린 점이 내부 분서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분식회계 동기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사전적으로는 정당화하고 사후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분식회계 수단으로는 합병 전에는 내부평가를 거의 두 배 이상 웃도는 가치평가보고서, 즉 8조원 이상으로 조작해서 국민연금에 제출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후에는 안진회계법인과 협의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총 공정 가치를 결정한 후에 이에 부합하도록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를 추가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한 분식회계 모의를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팀과 삼성물산의 태스크(TF)가 긴밀하게 협의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박 의원의 질문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감리는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가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이미 증권선물위원회에 관련 자료가 제출돼 있어 위원들이 의혹을 상당히 깊게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