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급증에 은행은 남몰래 ‘함박웃음’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익만 30조원...이미 지난 한 해 순익 돌파
2019-11-14 서성일 기자
3분기 당기순이익 4조1000억원...전년比 28.1%↑
14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1%(9000억원) 급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자 이익이 10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분기(4~6월, 이자 이익 10조원)에 이어 또다시 이자 이익이 2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는 가계 대출 등 은행이 대출해 준 자금의 총량이 늘고, 시중 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더 빨리 오르면서 은행의 이자 마진도 불어난 영향이다.이자 수익 평균 잔액만 120조8000억원 늘어
실제로 3분기 중 은행의 이자 수익 자산 평균 잔액은 215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기록한 2030조원 대비 120조8000억원 늘었다. 은행의 예대 금리 차이(대출 이자율-예금 이자율)도 전년 동기 기록한 2.06%포인트에서 올 3분기 2.07%포인트로 확대됐다. 다만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1.65%로 1년 전(1.66%)보다 소폭 하락했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의 이자 수익에서 이자 비용을 뺀 값을 전체 이자 수익 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대손비용은 오히려 감소
3분기 은행의 대손 비용은 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00억원(44.4%)이나 급감한 점도 순이익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 순이익은 통상 이자 이익에 비(非)이자 이익을 더한 총이익에서 회사의 판매·관리비와 떼일 가능성 있는 돈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는 충당금 전입액을 뺀 후 영업 외 손익, 법인세 비용 등을 반영해 계산한다. 이는 은행의 신규 부실이 줄고 부실 채권도 적극적으로 정리하면서 회사의 비용 처리액 역시 크게 줄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실적 회복, 금호타이어 매각 등으로 은행이 손실을 예상해 미리 비용으로 반영했던 금액을 다시 환입한 것도 대손 비용이 큰 폭으로 줄어든 원인이다.비이자 수익 감소...증권 판매 수수료 줄은 탓
반면 은행의 비이자 이익은 1조6000억원으로 4.8%(1000억원) 감소했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수익 증권 판매 수수료가 줄며 수수료 이익이 감소한데 기인한다. 이 외에도 3분기 영업외 손익(821억원)은 자회사 등 투자 지분 이익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851억원 증가했고, 법인세 비용(1조5000억원)도 49.8% 늘었다. 이는 순이익 증가와 함께 법인세 법정 최고 세율이 기존 22%에서 올해부터 25%로 상향 조정된 영향이다.총자산순이익률도 상승
3분기 국내 은행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65%로 전년 동기 대비 0.1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8.26%로 1.52%포인트 올랐다. 총자산순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자기자본순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두 수치가 올라간 것은 은행의 이자 이익이 늘고 비용이 감소하는 등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의미다.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2조4000억원...역대 최고 기록 돌파 확실
국내 은행의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1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은행이 올린 순익 규모(11조2000억원)를 벌써 1조원 이상 넘어선 것이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이자 이익 합계액이 29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기록한 27조6000억원 대비 2조3000억원 증가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연간 기준으로 지난 2011년 기록한 14조원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찍은 지난해 순익 기록을 올해 다시 돌파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곽범준 금감원 은행감독국 팀장은 “은행이 보통 4분기에 충당금을 더 많이 쌓는 경향이 있지만, 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올해 은행의 전체 순이익은 3분기까지 실적인 12조4000억원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