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미취업 경험...향후 실업 고착화에 영향”

2019-11-22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20대에 실업을 경험했던 사람일수록 향후 실업 장기화가 고착화 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엄격한 정규직 고용보호법제가 청년실업의 이력현상을 더 키우는 데 영향을 끼치 것으로 해석돼 고용보호법제를 보다 청년친화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韓 고용보호법제화 지수, OECD 국가 중 6번째로 높아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경제연구:청년실업의 이력현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고용보호법제화 지수(1985~2013년 평균)는 2.668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1개국 가운데 6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보호법제화는 정규직을 대상으로 산출한 지수로, 한국이 여타국에 비해 고용보호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21개국 평균은 2.1점이었다. 김남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실업의 이력현상에 미치는 노동시장 제도 및 정책 변수를 분석한 결과 고용보호법제가 엄격할수록 청년실업의 이력현상이 커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력현상이란 청년기(20~29세)에 높은 실업률을 경험한 세대가 이후 연령기에서도 고용과 임금에 있어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현상을 의미한다. 부연하면, 인적자본 축적 기회를 뺏기고 취업의욕이 저하되면서 이들의 실업 문제가 더욱 고착화되는 것이다.

청년취업자, 첫 취업 시기 점점 늦어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년취업자(15~29세)의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청년취업자의 첫 취업까지 소요기간이 1년 이상인 청년 비율은 지난 2007년 25.3%에서 2017년 27.7%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1~2년 미만은 10.6%에서 11.6%, 2~3년 미만은 5.5%에서 6.4%, 3년 이상은 9.3%에서 9.7%로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정규직 고용보호법제는 청년들의 이력현상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고용보호법제가 기존 근로자를 보호하면서, 청년들의 취업 여건을 어렵게 한 것이다. 정규직 고용보호법제화 정도를 감안할 때 청년기(20~29세, 남성 대상) 실업률이 다른 세대보다 1%포인트 높았던 경우 이들이 30~34세가 됐을 때의 실업률은 다른 세대에 비해 여전히 0.08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즉, 청년실업자가 1000명 증가하는 경우 이들이 30~34세에 도달해서도 86명은 여전히 실업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35~39세, 40~44세에 도달했을 때는 각각 12명, 3명이 실업상태로 남아있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고용현실을 감안할 때 고용법제화지수 자체를 낮추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낮을 수 있다"며 "수습 근무기간이나 해고의 예고기간, 근속년수별 해고통지 공지기간 등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적극적 노동정책지출, 청년실업 해소에 유의미

다른 노동시장 제도 중에서는 적극적 노동정책지출이 청년실업 이력현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공공 고용서비스와 직업훈련, 창업 인센티브 등 노동정책지출이 적극적일수록 청년실업 이력현상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다.
출처=한국은행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극적 노동정책지출 비율은 0.231%(1985~2013년중 평균)로, 미국에 이어 하위에서 2번째였다. 한국의 GDP 대비 적극적 노동정책 지출 비율을 감안할 때 청년기 실업률이 다른 세대보다 1%포인트 높았던 경우 이들이 30~34세가 됐을 때의 실업률은 다른 세대에 비해 여전히 0.146%포인트 높았다. 청년실업자가 1000명 증가하는 경우 이들이 30~34세에 도달해서도 146명은 여전히 실업상태라는 것이다. 이들이 35~39세, 40~44세에 도달했을 때는 각각 35명, 19명이 실업상태로 남아있었다. 반면 GDP 대비 적극적 노동정책지출 비율이 1.622%인 스웨덴은 30~34세 도달시 실업률이 0.038%포인트 줄어들었다. 적극적 노동정책지출에 청년실업 이력현상이 해소된 것이다. 한국의 GDP 대비 노동정책지출 비율은 2016년 기준 0.37% 수준으로 상승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청년실업의 이력효과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직무와 직업교육, 취업지원 확대 등을 통해 적극적 노동정책에 대한 지출규모를 확대해 나갈 필요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용보호법제 내 청년층의 고용을 제약하는 요소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청년층에 보다 친화적인 방향의 법제도가 운용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