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먹거리 韓 바이오...2009년 이후 경쟁력 ‘뒷걸음질’

文정부, 국가 신성장동력 선언 '무색'...R&D 예산도 끊길 위기

2019-11-25     이성민 기자 전민수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전민수 기자] 제약·바이오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이는 규제로 인해 바이오 기술이 시장에서 제때 상용화되지 못하는 점이 경쟁력 저하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최근 신약개발사업 등 주요 R&D(연구개발) 사업들에 대한 예산마저 반영되지 않아 투자가 끊길 위기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가 발목 잡아

최근 미국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발표한 ‘규제 환경과 연구 인프라’를 기준으로 매긴 올해 바이오산업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54국 가운데 26위를 기록했다. 우리보다 바이오산업에 뒤늦게 뛰어든 아랍에미리트(UAE)는 24위에 랭크돼 처음으로 추월을 당했으며, 중국·대만(공동 27위)·말레이시아(30위)와의 격차도 좁혀졌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산업 경쟁력 조사가 처음 시작된 지난 2009년 15위를 기록한 이후 매년 순위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은 이번 조사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연구·개발(R&D) 투자는 9.9점(10점 만점)으로 최고 점수를 받은 반면 '바이오 기업 성과'(생산성)에서 최하점인 0.1점을 받았다. 보고서에서는 '한국은 바이오 논문 발표가 세계 9위로 높지만 원격 의료처럼 규제로 인해 관련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등 기술 활용도가 낮다'고 분석했다. 최근 바이오산업 투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애써 개발한 기술이 적절한 곳에 쓰이지 못하거나 규제에 막혀 산업으로 연결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 R&D 비용 회계 처리 기준 강화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인해 성장세에 접어든 'K(코리아) 바이오'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중국·아랍에미리트 등 신흥국은 신약 승인 규제 완화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도 바이오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악재를 빨리 털어내고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신성장동력 선언 무색...R&D 예산도 끊길 위기

이 같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경쟁력이 글로벌 순위에서 10여년 동안 뒷걸음질 치는 것도 모자라 최근 신약개발사업 등 주요 R&D 사업들에 대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투자가 끊길 위기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2019년도 정부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임상연구 인프라 조성사업, 첨단의료기술 개발사업, 범부처전주기 신약개발사업 국가항암 신약개발사업 등 주요 신약개발 R&D 사업들이 일몰 또는 종료시점이 도래해 신규과제 지원이 없어지는 등 연구개발 투자가 중단될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성일종 의원은 “신약개발 등 제약바이오 산업은 의학, 약학, 생물 등 대표적인 융복합 4차 산업으로 부가가치가 크고 시장경쟁력이 큰 만큼 국가 신성장동력 육성 지원을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성 의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정책토론회까지 개최했지만 정부의 지원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신약개발을 위한 우리 정부의 R&D 투자 비중은 벨기에 40%, 미국 37%, 일본 19% 등에 한참 모자란 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보건복지부./디자인=전민수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내제약기업들마저 연구개발을 축소하고 임상시험계획 승인도 감소하고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화가 요원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제약기업의 연구개발비는 77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으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8.3%로 전년 동기대비 1.1%p(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제약기업의 IND(임상시험계획) 승인도 2016년 201건에서 2017년 191건으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글로벌제약기업의 국내 R&D 투자액은 2016년 2558억원에서 2017년 2710억원으로 5.9% 가량 상승했으며, 식약처 IND(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도 2016년 256건에서 2017년 285건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 의원은 “신약 개발은 막대한 자본과 10년 이상의 긴 개발 과정을 요하는 만큼, 국내 제약기업들의 R&D 투자여력이나 신약개발 의지 및 역량 등을 고려한 정책이 추진되야 한다”며 “글로벌 DNA를 국내 제약산업에 이식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등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적극적인 글로벌 제약회사의 혁신형 제약회사 인증 확대 등 제도적 장치를 활용해 투자 유인 요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