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정부 최저임금 수정안’...경영계, 강력 반발

입법 완료 시까지 기업 단속 말고 개정안 재검토해야

2019-12-24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노사 간 초미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최저임금 산정기준이 발표됐다. 정부는 최저임금 시급 산정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하고, 약정휴일을 제외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24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재입법 예고했으며,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기로 결정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개정안에서는 노사 합의로 근무하지 않는 약정휴일 수당을 최저임금 시급 산정방식에서 모두 제외하도록 시행령과 시행규칙안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의 경우 토요일을 약정휴일로 유급 처리하고 있다. 이를 환산하면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이 총 243시간(소정근로시간 174시간[주 40시간 기준, 월평균 주 수 4.345]+주휴시간 35시간[일요일 8시간 기준]+약정휴일시간 34시간[8시간 기준, 4시간 기준 시 17시간]) 까지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앞서 개정안의 원안에는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소정근로시간(노동자가 실제 일하기로 정해진 시간) 외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하도록 했다. 원안대로라면 유급휴일이 이틀인 대기업의 경우 고액연봉을 지급해도 최저임금법을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과 경영계에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는 주휴일은 포함하되 약정휴일을 제외하는 절충안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또한 정부는 약정휴일시간과 함께 약정휴일수당도 제외되기 때문에 ‘가상시급’ 규모에는 변화가 없어 원안과의 산정결과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노사 간 논란이 컸던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포함하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계산 기준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것으로 행정지도를 해왔다. 이번 ‘주휴시간 포함 유지’ 결정의 근거로 정부는 최저임금법 개정 당시 국회 논의에서 주휴시간을 포함한 209시간을 전제로 했다. 아울러 최저임금위원회도 209시간을 기준시간으로 월 환산액을 산정했다는 점, 산업현장에서 209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산정방식이 정착된 점 등을 들었다.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 상에는 법정수당으로 사용자가 반드시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최저임금법에는 소정근로시간만 명시돼 있다. 그동안 대법원은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고 주휴시간은 최저임금 기준시간에서 제외하며 고용부와 다른 판단을 해왔다. 이에 따라 당사자인 경영계와 노동계는 관련법의 해석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어왔고,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시행되면서 최저임금 산입대상을 두고 갈등은 한층 고조되던 상황이었다.

경영계, 일제히 강력 반발

경영계는 이날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하되 노사 합의로 정하는 약정휴일시간은 제외하기로 정부가 결정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번 결정에 대해 입장문을 통해 “크게 낙담했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경총은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약정유급휴일에 관한 수당(분자)과 해당 시간(분모)을 동시에 제외하기로 수정한 것은 고용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서 경영계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최장 6개월까지 자율시정기간을 부여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노조 합의 없이는 어떠한 임금체계 변경이 불가능한 기업 현실을 고려하면 책임 회피성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경총은 “최저임금 산정 시 근로 제공이 없고 임금만 주는 시간을 제외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며 “자율시정기간 부여는 오히려 임금채권에 대한 부담 문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한 법적·절차적 문제, 기업 현장의 혼선 야기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저임금 문제를 시행령 개정이 아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만큼 입법 완료 시까지는 정부의 기업 현장단속이 실시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복잡하고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입장문을 배포하며 “최저임금 시급을 산정할 때 약정휴일시간과 약정휴일수당을 함께 제외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대한상의는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에 비춰볼 때, 최저임금 준수 여부는 근로자가 실제 지급받는 모든 임금(분자)을 대법원이 판결에서 밝힌 것처럼 실제 근로한 시간(분모)으로 나눠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결의 취지대로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정부 결정에 크게 반발하며 헌법소원 등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고용시장에 극심한 혼란만 안겨주고 소상공인들을 범법자로 내모는 주휴수당 폐지가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합당하다”며 “국회에서도 시급성을 깨닫고 주휴수당 폐지를 포함해 근본적인 최저임금법 개정을 위해 초당적으로 대처해달라”고 촉구했다. 편의점 가맹점주 단체인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의 김지운 사무국장은 “협회는 주휴수당 폐지 등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현재 점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시행령 개정안이 확정되면 공식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