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어두웠던 국내 증시...펀드시장은?

2019-12-30     윤인주 기자
[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상반기까지 ‘맑음’이었던 국내 증시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가운데 펀드시장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모펀드는 상황이 좋지 않았으며, 상대적으로 사모펀드만 고공행진을 이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한 해 헤지펀드 ‘두각’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의 시장 규모(순자산총액 기준)는 이달 27일 기준 335조4307억원으로, 221조7523억원 규모의 공모펀드보다 110조원 많다. 3년 전만 해도 공모펀드의 규모가 사모펀드보다 훨씬 컸으나, 지난 2016년부터 두 시장의 설정액 규모가 역전됐다. 공모펀드 시장이 정체된 사이 사모펀드는 2015년 말 2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 300조원을 넘어서며 급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IB 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시장에서 사모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공모에 비해 제약이 적고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특성 때문”설명했다. 실제로 공모펀드는 한 종목에 자산의 10% 이상 투자할 수 없으나 사모펀드는 이런 투자비중 제한이 없다. 또 사모펀드는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뿐 아니라 부동산·인프라 등 다양한 영역에서 투자대상을 고른다. 올해처럼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각국 증시의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사모펀드 중 헤지펀드 성장속도 가속화

사모펀드는 경영참여형(PEF), 벤처캐피탈(VC), 전문투자형(헤지펀드) 등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헤지펀드가 눈에 띄는 성장 속도를 과시하고 있다. 투자기간이 3~10년으로 길고 폐쇄형으로 운용되는 PEF·VC와 달리 헤지펀드는 투자기간 제한이 없어 극히 짧은 시간 내에서도 베팅과 회수가 가능하고, 주기적인 환매가 허용(개방형)된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지난 2011년 12월 기존 사모펀드의 운용 규제를 완화하면서 내건 ‘한국형 헤지펀드’라는 이름으로 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2월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약 24조원 규모다. 12조원 수준이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년새 두 배 가량 급성장했다.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헤지펀드 투자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조원(포트폴리오 기준. 실제 집행율은 다를 수 있음) 수준이던 헤지펀드 투자 규모를 올해 3조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투자공사(KIC)도 2017년 말 기준 전체 자산의 3.5% 수준인 헤지펀드 투자 비중을 앞으로 4.5%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고령화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관뿐 아니라 개인의 자산운용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증시 등락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모시장, 은 쑥대밭…북미펀드마저 –11%

급성장하고 있는 사모펀드와 달리 대다수 소액 투자자가 몰리는 공모펀드 시장은 올 한해 말그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27일 기준 국내주식형 공모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마이너스 20.30%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16.98%를 기록했다. 브릭스(-12.97%), 베트남(-12.59%), 일본(-20.05%), 북미(-11.07%) 등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소액주주들, ‘사모펀드는 고액 자산가 전유물’ 지적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인 사모펀드만 승승장구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사모펀드는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이상이고, 펀드당 가입 인원도 49명 이하로 제한돼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사모펀드 투자자 수 제한 기준을 49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완화하는 내용의 ‘사모펀드 체계 개편 방향’을 발표했지만 아직 법 개정이 이뤄진 건 아니다. 아울러 정부가 소액 투자자들을 위해 지난해 5월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공모펀드를 허용하긴 했으나 이 상품은 일반 공모펀드보다 수수료가 높은 편이다. 한 민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기관과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알짜배기 사모펀드 상품의 경우 대부분 최소 가입 한도가 3억~10억원”이라며 “정부가 개인의 사모펀드 투자 기회를 열어줬지만 여전히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