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올 들어 잦아진 ‘자사주 매입’...이유는?

2019-12-30     윤인주 기자
[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올해 들어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이 지난 2012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상장사 자사주 매입 건수, 전년比 30.4% 급증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사가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건수는 총 377건으로 지난해 기록한 289건 대비 30.4% 가량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2년 이후 최대 수치다. 2012년 자사주 매입 건수는 269건, 2013년 239건, 2014년 312건, 2015년 280건, 2016년에는 321건에 불과했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평년 수준을 유지하던 자사주 매입 건수는 올해 10월 들어 가속화를 보였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증시 급락이 자사주 매입 건수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코스피 낙폭은 200년 IT버블, 2007~2008년 미국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대치이다. 박소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주된 이유는 ‘자기주식 가격안정 및 투자자가치 제고’이기 때문에, 결국 자사주 매입은 기업들이 보내는 기업 저평가 신호”라고 진단했다.

자사주 매입 이유는 ‘저평가 신호’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코스피·코스닥 시장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신고일 이후 일정기간 누적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 기업은 자사주 매입 신고 이후 5거래일 동안 코스피 등락률 대비 2% 포인트 가량 높은 성과를 거뒀다. 20거래일 이후, 60거래일 이후로 기간을 늘려도 각각 코스피 등락률을 2.7%포인트, 3.4%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이 같은 상황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유효했다. 자사주 매입 신고일 이후 5거래일 동안 평균적으로 코스닥지수를 2% 포인트 가량 웃도는 성과를 기록했고, 20거래일 이후에는 2.6%포인트, 60거래일 이후에는 3.6%포인트 아웃퍼폼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수 급락했던 10월엔 더욱 뚜렷

특히, 올해 10월처럼 지수가 급락했던 시기에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경우로 시선을 좁히면 벤치마크 대비 초과성과는 더 뚜렷한 모습을 보였다. NH투자자증권은 지난 2012년 이후 코스피ㆍ코스닥지수의 월별 최고점 대비 낙폭이 컸던 2012년 5월, 2013년 6월, 2015년 8월, 2018년 2월 중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일 이후 일정기간 벤치마크 대비 초과성과를 분석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을 신고한 이후 5거래일 동안 코스피 기업은 벤치마크 대비 평균 3% 포인트 가량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신고일 이후 5거래일간 평균적으로 벤치마크보다 약 1.5%포인트 높은 성과를 거뒀는데, 신고일 이후 20ㆍ60거래일 누적 수익률의 평균값은 각각 벤치마크 수익률을 3%포인트, 5%포인트 아웃퍼폼하는 등 기간이 지날수록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박소현 연구원은 “이 외에도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 향후 주가 흐름이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최대주주가 지분율을 늘리는 가운데 해당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이는 단순한 주가 방어가 아닌 기업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