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역설...자영업자, 올 한 해 두렵다”

2020-01-01     이성민 채혜린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채혜린 기자] # 직원 한 명을 둔 편의점주 A씨는 매달 131만220원의 최저임금을 지급해왔다. 그런데 올해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145만2900원 이상을 줘야 한다. 월 인건비가 14만2680원(10.9%) 오르는 것이다. # 편의점주 B씨는 편의점 두 개를 운영해 왔으나, 지난해 말 위약금을 물고 그 중 한 개를 폐점했다.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6명도 31일부로 전부 퇴사했다. B씨는 ‘야간 운영을 안 하고 최소 인력만 고용해 인간다운 생활을 하겠다’고 했다. #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편의점주 C씨는 아예 아르바이트생을 뽑지 않고 부부가 맞교대로 일하기로 했다. 이들은 요즘 같은 초고인건비에는 아르바이트생 안 쓰고 운영하는 게 정답이라고 전했다. 올해 들어 더욱 짙어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호소가 수치로도 확인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지수는 하락세가 역대 가장 컸다.

자영업자 경기판단 CSI, 한은 통계 작성 이래 최악 하락률 기록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의 현재 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CSI)는 59로, 연초인 지난해 1월에 기록한 84 대비 25포인트 급락했다. 현재 경기판단 CSI는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을 나타내는 지수로 현재 경기 상황이 어둡다고 보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지수가 하락한다.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17년 12월)를 기준 값으로 정해 100 이상이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자영업자들의 현재 경기판단 CSI가 연간 25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최근 10년간 연초 대비 연말 자영업자의 현재 경기판단 CSI가 가장 많이 하락했던 해는 2011년이다. 당시 87에서 69로 연중 18포인트 떨어졌다.

경기전망 CSI 하락률도 ‘최악’

자영업자들의 6개월 후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향후 경기전망 CSI도 역대 최악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자영업자의 향후 경기전망 CSI(67)는 1월(99)에 비해 32포인트 떨어졌다. 자영업자의 향후 경기전망 CSI는 1년여 전인 지난 2017년 11~12월만 해도 110을 상회했다. 당시에는 앞으로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자영업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후에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지 못했다.

모든 원인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분석 우세

6개월 뒤 생활형편을 짐작해보는 생활형편전망 CSI 역시 지난해 1월 105에서 12월 89로 16포인트 떨어져 연초 대비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현재 생활형편, 가계수입전망 관련 지수도 모두 연초 대비 연말 수치가 2011년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짙어지는 원인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가뜩이나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 자영업자들의 비관적인 인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올해 또 한 번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미 지난해 예고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결과”라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16.9%, 최저임금 인상 후 종업원 줄여

실제로 최근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17개 시도 소상공인업체 120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중 16.9%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후 가게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수를 줄였다. 특히, 제과점(30%), 편의점(29.4%), PC방(20%) 등 최저임금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에서 인력 감소 폭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26.4%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가게 영업시간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