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투자는 안하고 곳간만 쌓이고”

2020-01-02     서성일 기자
출처=파이낸셜리뷰DB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최근 10년간 투자에는 소홀했던 반면, 보유 현금은 천문학적으로 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보유현금 증가에 따라 금융투자(IB) 업계는 M&A(인수합병)를 포함한 재무 전략 자문 강화 등 기업금융 수요 감소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보유 현금 비중, 전년比 상승

2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기업 보유현금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외부감사대상 기업의 전기 말 자산 대비 보유 현금 비중은 7.4%로 조사됐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기업혁신금융연구센터 센터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보유 현금 비중 6.2%와 비교하면 9년 만에 1.2%p(포인트) 증가했다”며 “직전 연도말 자산이 동일하다는 가정에서 보유현금이 19.4% 늘었다”고 설명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보유현금 비중이 6% 안팎에 그쳤다. 이후 2014년 보유현금 비중이 6.7%로 상승했고, 2015년 7.1%, 2016~2017년 7.4%를 기록했다.

현금흐름, 전년比 감소

2017년 전기 말 자산 대비 영업 현금흐름은 4.6%로, 2008년 4.7%에서 0.1%포인트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7%로 반등했으나, 이후 등락을 거듭한 끝에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 부채비율은 2008년 55.4%에서 2017년 53.5%로 소폭 하락했다.
박 센터장은 “기업의 보유현금이 증가한 주요인은 투자”라며 “2014년 이후 보유현금이 급증한 것은 기업의 투자 감소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현상이 특정기업군이 아니라 국내 기업부문 전반에 걸쳐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보유현금 증가 원인은 ‘투자감소’

이와 함께 보고서는 국내 기업의 투자감소와 그에 따른 보유현금 증가로 기업금융 수요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이는 기업의 영업현금흐름이 투자수요 대부분을 충족시킬 경우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식, 채권 등 각종 발행업무로 기업에 자금을 조달, 발행시장 성장과 함께 커온 금융투자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국내 기업 금융 감소의 이면인 보유현금 증가 추세는 기업의 유동성 관리 및 투자은행(IB) 서비스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 보유현금이 증가함에 따라, 보유현금의 효율적 사용에 대한 자문이 해외 초대형 투자은행의 영업전략으로 부상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