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했던 지난해 IPO 시장...올해는?

2020-01-03     윤인주 기자
[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부진을 면치 못했던 지난해 IPO(기업공개) 시장이 올해에는 규모와 건수 모두 활황을 예고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10조원 이상의 역대 최대 공모 시장이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大魚급 기업들 줄이어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는 홈플러스 리츠, 바디프랜드, 현대오토에버 등 이른바 大魚(대어)급 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아울러 2차전지 소재회사 천보, 항암면역치료백신 개발회사 셀리드, 암 진단 기술회사 지노믹트리 등 혁신기업의 공모도 준비중이다. 통상적으로 IPO 시장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공모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회계감리 이슈 등으로 상장 절차가 지연된 기업이 많아 연초부터 공모 시계가 빠르게 돌아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하반기 공모 시장 투자심리 위축으로 상장 계획을 올해로 넘긴 기업도 다수다. 특히, 올해 IPO 시장은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는 대어의 활약이 주목된다. 이미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중 현대오일뱅크, 홈플러스 리츠, 바디프랜드, 이랜드리테일, 현대오토에버 등은 조단위 기업가치가 유력하다. 현재 IPO를 준비중인 교보생명, 지피클럽, 지누스, 호반건설, 에이치라인해운, 두산공작기계 등 역시 수조원의 기업가치가 가능하다. SK, 롯데 등 그룹 계열사의 상장 전략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4차산업혁명과 관련 있는 IT,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등 혁신기업의 상장도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는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 1조원 이상 IPO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올해 IPO 규모, 역대 최대 기록 넘을수도

시장에서는 올해 IPO 공모규모가 역대 최대 기록인 2010년 10조907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0년의 경우 삼성생명이 약 4조9000억원,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이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공모에 성공하며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그만큼 이 2개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올해 IPO 시장 공모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경우 2010년과 달리 다양한 기업의 고른 활약이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클 것이란 분석이다. 변수는 증시 불확실성 지속 여부다. 미·중 무역분쟁, 금리인상,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우리 증시의 반등을 낙관할 수 없는 가운데 IPO 시장 역시 이 같은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증시 침체로 IPO 시장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될 경우 공모 과정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해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IPO 기업이 많아질수록 투자수요 분산으로 인한 공모 실패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10조원 이상의 공모가 진행될 경우 시장의 유동성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에 대한 회계감리 이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코스닥뿐 아니라 코스피 시장에서 대어급 기업의 상장이 잇따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공모시장은 양과 질 모두 눈에 띄는 성장세를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상황과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대기업 그룹 계열사의 전략 등에 따라 IPO 공모규모가 역대 최대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