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中 시장...내구·산업재 수출 많은 한국 타격

2020-01-05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중국 내구 소비재 시장에서 최근 ‘애플’ 논란을 필두로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충격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닛산, 마쓰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 공장 생산을 20% 이상 줄이기로 한 데 이어 지난 2일 애플은 중국 내 판매 부진으로 15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1%로 지난 2013년 5월 기록한 4.3%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 10년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해 온 중국의 소비 증가가 하락세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소비 둔화에 대해 경기 침체와 구조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900달러(약 1110만원)로 1만달러에 근접하면서 내구재 소비의 양적 확대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車 판매, 반도체 수요 둔화

중국 내구재 소비의 급락세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품목은 자동차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254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든 것은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지난해 2999만대가 판매됐다.
출처=현대자동차
이같은 상황 속에 중국에 친출했던 외국 기업들은 잇따라 감산에 나서고 있다. 닛산은 지난해 12월 랴오닝성 다롄, 허난성 정저우의 3개 주력 공장 생산량을 20% 가량 줄였다. 당초 오는 2020년까지 1000억엔(약 1조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마쓰다도 올 상반기 중국 내 생산량을 최대 20% 가량 감산한다. 미국 GM은 올해 소형차 생산 대수를 40% 가량 줄였고 포드, 현대기아차도 생산물량을 줄인 상황이다.

판매 부진 원인은...‘경기 둔화’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중국 자동차 공장 평균 가동률이 67% 전후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 자동차 판매가 줄어든 직접적인 원인은 경기 둔화다. 박래정 베이징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는 “경기 둔화로 고가 내구재 소비가 큰 폭으로 줄게 된 게 1차적인 원인”이라면도 “소비 패턴 변화가 구조적 원인으로 저류(低流)에 깔려있다”고 진단했다. 박 수석대표는 “그 동안 내구재 소비 확대를 이끌었던 도시화와 30~40대 경제활동인구 증가가 끝나가는 국면”이라며 “도시 중산층 숫자가 과거처럼 가파르게 늘기 어렵기 때문에 내구재 소비의 양적 성장도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판매 감소도 中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깊은 연관

반도체 판매 감소도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내수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을 20% 전후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알리바바·텐센트 등 IT업체가 건설하는 IDC(인터넷데이터센터) 수요 덕분이다.
삼성전자
그런데 스마트폰의 경우 세계 최대 시장이지만, 지난 2017년 3분기 이후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5%를 넘기면서 신규 수요보다 교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中 IT 업체 해외 진출길 막힘 현상이 한국엔 역풍

전문가들은 중국 IT 업체의 해외 진출이 막히면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화웨이,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IT업체들이 클라우드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노렸는데 미국 등의 압력으로 막히면서 IDC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화웨이가 준비하던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이 미·중 무역갈등 격화 여파로 중단되고, 텐센트의 클라우드 기반 게임 사업도 지지부진해지면서 이들 업체들이 2018년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IDC가 과잉 설비처럼 돼버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IDC 투자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