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증가하는 韓 가계 부채”

2020-01-06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韓, GDP 대비 가계 빛 상승속도 ‘최상위권’

6일 국제결제은행(이하 BIS)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말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6.0%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돼 있는 43개국 가운데 한국은 7위 수준으로 상위권에 속해 있다. 1위는 스위스(128.8%), 2위는 호주(121.3%), 3위가 덴마크(117.0%) 등 순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비율 상승 속도가 더 문제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 분기 대비 0.8%포인트 상승해 중국(1.0%p)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상승폭을 기록하며 최상위원에 속해 있다. 1년 전인 2017년 2분기와 비교한 상승 폭은 2.4%포인트로 중국(3.4%p), 덴마크(2.9%p)에 이어 3위에 랭크됐다. 정부 대출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본격 증가하기 시작한 4년 전과 비교하면 14.0%포인트 상승했다. 중국(15.5%포인트), 노르웨이(14.7%포인트)에 이어 역시 3위를 차지했다. 정부가 지난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필두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쏟아낸 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까지 꺼내 들며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경제 성장률보다 부채가 증가하는 속도가 더 가속화 된 셈이다.

가계 빛 상환 부당 가중

금융기관 대출금, 신용카드 값까지 포함해 가계부채 총량을 보여주는 가계신용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2015년 3분기∼2017년 2분기까지 두 자릿수에 육박했다가 지난해 1분기에는 8.0%, 2분기에는 7.5%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명목 경제 성장률 4∼5%대에 비해서는 훨씬 빠른 속도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감속하는 추세지만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가중하고 있다. 한국의 가계 부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지난해 2분기 말 12.4%로 역대 최고였다.

韓, DSR 상승폭 1위 ‘심각’

한국의 DSR는 관련 통계가 있는 17개국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전 분기 대비 DSR 상승 폭은 0.2%포인트로 1위였다. 한국을 제외하고 전 분기 대비 DSR가 상승한 곳은 캐나다(0.1%p)가 유일하다. 나머지 국가는 변함없었거나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한국의 DSR 상승 폭(0.5%포인트)은 17개국 가운데 가장 컸다. DSR이 상승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5개국으로 절반이 채 안됐다. DSR는 특정 기간에 갚아야 할 원리금이 가처분소득과 견줘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가계부채의 위험 지표로 해석된다. DSR가 높을수록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꺾인다면 주택 구입과 관련한 대출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주춤해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경기 상황과 관련이 많은데 경기가 어려워지면 사업·생계가 어려워져 대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가계부채 총량이 늘어나지 않더라도 경기가 나빠지면 가계가 느끼는 실제 부채 상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