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삼성·LG전자 마저...국내 증시, 당분간 힘들 듯”
2020-01-09 윤인주 기자
삼성전자, 영업익 10조원 밑으로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와 견주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9%, 38.5%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0조원 수준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승승장구하기 전 수준으로 되돌림 한 셈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58조89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60조원 이상을 예상해왔던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데는 실패했다.LG전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익 급감
이날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도 4분기 매출액 15조7705억원, 영업이익 7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0% 줄었고 영업이익은 79.5% 급감했다.향후 경기전망, 낙관할 수 없어
그동안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반도체가 정점을 지나고 스마트폰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앞으로의 경기전망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267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0.9%에 달했다. 여기에 무선통신기기 수출액을 더하면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7%로 늘어난다. 한국이 주도하던 디스플레이도 중국발 LCD(액정표시장치) 공세로 수출둔화가 확연해진 가운데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담당하던 반도체와 스마트폰마저 흔들리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국내 기업들, 4분기 실적 전망 어두워...‘더욱 심각’
더 큰 문제는 증권사들이 바라보는 국내 기업들의 4분기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실적 하향 조정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IT(정보기술) 업종 뿐 아니라 업종 전반으로 진행되고 있고, 하향 조정 속도도 가파르다. KB증권의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8.5% 가량 하향됐는데,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향이다. 다른 증권사들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 하향이 주식 시장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 매출을 당초 예상보다 5~9% 하향 조정했는데 이는 지수 급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더 부진할 수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다고 조언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업 실적 하향은 예고된 사안이지만 기업 실적 전망의 감익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정상적인 경기상황을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실적 추정치는 하향 조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주가 측면에서는 기회를 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