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 大魚 현대오일뱅크...상장할 수 있을까

2020-01-09     윤인주 기자
출처=현대오일뱅크
[파이낸셜리뷰=윤인주 기자] 올해 공모시장에서 이른바 大魚(대어)급으로 꼽혔던 현대오일뱅크의 연초 상장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때문에 자금이 급한 현대중공업그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회사와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빠듯한 공모 일정과 지난해 4분기 저유가 상황을 고려해 연내 상장예비심사 재청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13일까지 공모 절차 마쳐야...사실상 무리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지 6개월 시한인 다음달 13일까지 공모 절차를 마쳐야 한다. 다음달 13일까지 상장이 완료되지 않으면 지난해 받은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는 무효 처리된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수요예측·일반청약까지 진행하는데 통상적으로 약 40일이 소요된다”며 “현재로서는 공모규모 조 단위 기업이 한 달 내 IPO(기업공개)를 진행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IPO 지연 이유는?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8월 13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승인을 받은 뒤 곧바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금융감독원 감리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이후 공모 절차가 지연됐다. 금융감독원 감리에서는 지분 60%를 보유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자회사로 파악해 실적의 100%를 연결실적에 반영한 점이 문제가 되면서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감리로 인해 지연된 상장 일정은 지난해 4분기 국제유가가 약 30% 가까이 하락하면서 이번에는 업황의 영향을 받게 됐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배럴 당 70달러 선을 웃돌았지만 지난 7일 기준 배럴당 56.79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지난 4분기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유업종이 재고평가손실을 반영하면서 주요 국내 정유사 역시 적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유가가 하락할 경우 래깅효과(납사 투입과 제품 판매간 시차에 따른 영향)과 발생하면서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업종 대부분의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낮아진 기업가치도 문제

당초 IB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적정시가총액을 8조~10조원, 예상 공모금액은 1조~2조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정유업종 업황 부진으로 동종업계 상장사인 에쓰오일의 주가가 지난 10월 고점 대비 32.7% 하락하는 등 현대오일뱅크가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재청구할 경우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현대중공업
심사기관인 한국거래소는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2월 상장기한을 넘긴 뒤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재청구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의 존속능력에 큰 문제가 없지 않는 한 지난해 심사에서 크게 달라질 부분은 없다”며 “기업가치나 공모규모는 시장의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 고민도 깊어져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한 뒤 보유지분 91.13% 중 일부를 팔아 그룹 재무 개선에 나서려던 현대중공업지주도 고민이 깊어졌다. 현대중공업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지주의 연결 영업이익은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에 의존하고 있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현대중공업그룹 내 계열사 간 상호 연대보증 채무는 지난해 9월말 기준 3조원으로 현대중공업지주 자기자본의 약 30%에 달해 재무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할 이후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 지분 취득 등 비경상적 자금 수요도 1조1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현대오일뱅크의 원활한 IPO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