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악화된 경제지표...그럼에도 세금 많이 걷히는 이유는?
2020-01-11 이성민 기자
‘증세없는 복지’ 정책, 현재까지 이어져
정부당국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슬로건은 ‘증세없는 복지’였다. 이는 복지를 강화하되 세금을 더 걷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연하면, 세금을 더 걷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고 ‘세율을 올리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세율을 올리지 않으면서 세금을 더 걷으려면 각종 비과세 감면 특혜를 없애고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비과세 감면을 없애면 같은 매출과 같은 수익이 나와도 세금을 더 많이 걷을 수 있다. 이같은 효과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낸다(?)
통상적으로 나라 세금은 서민들 보다 돈을 많이 버는 고소득자들이나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들이 주로 낸다는 게 중론이다. 현행 우리나라의 3대 세수는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세이다. 이 가운데 법인세와 소득세는 돈을 못버는 서민들은 거의 내지 않는다. 아울러 부가세도 돈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소득자들이나 대기업들의 경기는 나쁘지 않다. 때문에 그들이 내는 세금은 늘어나게 된다. 과거보다 세금을 걷는 시스템이 더 꼼꼼하고 정확해졌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현상 역시 박근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슬로건의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증세 없이 재원을 마련하려니 다양한 세무조사 기법이 동원되고 실제로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도 상당수 증가했다.부동산 거래 증가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도 한 몫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거래가 많아지면서 양도소득세도 상당히 증가했다. 양도소득세는 주택을 처분할 때 내는 세금이기 때문에 집을 파는 건수가 늘어나면 세수도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정부가 각종 부동산 세제를 건드리면서 다주택자들의 주택 처분을 압박한 결과이기도 하고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면서 자발적인 거래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양도소득세는 미래에 걷힐 세금을 미리 거둔 것이기도 하다. 부동산 거래에 대한 차익은 매년 쌓여 나가다가 집을 파는 시점에 한꺼번에 정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세금이 많이 걷힌다는 건 ‘예상보다’ 많이 걷힌다는 의미
세금이 많이 걷힌다는 건 ‘예상보다’ 많이 걷힌다는 말이다. 그럼 그 ‘예상’은 누가 할까. 바로 정부당국이다. 결국 정부가 예상을 보수적 소극적으로 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세수가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해 부채를 늘려야 나라 살림이 되기 때문에 세수 예상액을 통상 보수적으로 추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책정한다. 이같은 현상이 알뜰한 살림의 요령이기도 하지만 최근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돈을 풀어 모자라는 국면에서 오히려 ‘세금은 많이 걷고 돈을 풀지는 않는’ 엉뚱한 알뜰살림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