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보스턴으로 가는 까닭은

2020-01-13     전민수 기자
출처=한미약품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유한양행, LG화학 등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들이 속속들이 미국 보스턴 지역에 몰려들고 있어 그 배경에 귀추가 주목되는 모습이다. 보스턴은 이미 세계적으로 바이오클러스터로의 위상이 높은 도시다. 때문에 한국 제약·바이오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화학, 유한양행, 삼양바이오팜 등이 속속 이곳에 둥지를 틀며,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R&D(연구개발) 품질을 높이는 한편 시장개척의 중요한 헤드쿼터화를 꾀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보스턴의 역할을 벤치마킹해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여건을 만들자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유한양행, 보스턴 현지에 ‘유한USA’ 설립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달 미국 보스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샌디에이고에 ‘유한USA’를 설립한 후 두 번째 미국 법인이다.
출처=파이낸셜리뷰DB
유한양행은 샌디에이고와 보스턴에 각각 설립한 현지 법인을 통해 외부에서 신약 후보물질과 원천기술을 발굴하는 등의 오픈이노베이션에 나설 예정이다.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는 한편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이나 투자할 만한 회사를 적극적으로 찾는다는 전략이다. 유한양행은 보스턴에 거점을 둔 제노스코로부터 폐암 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도입했고, 해당 후보물질은 얀센 바이오테크에 1조4천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면서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를 맛본 바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바이오벤처와 연구기관, 대학 등이 몰려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클러스터 보스턴은 정보 수집과 외부와의 원활한 협력을 기대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R&D 역량 강화 및 파이프라인 확대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 연구법인 열고 글로벌 임상 진행

LG화학은 이달 초 미국 보스톤에 연구법인인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고, 신약 과제의 글로벌 임상 진행 및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가속화한다.
출처=LG화학
LG화학 손지웅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지난 12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Westin St. Francis) 호텔에서 폐막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도 보스턴 구상을 포함한 LG화학 바이오비전을 밝힌 바 있다. LG화학은 올해 이 곳에서 자체 개발 신약 과제인 통풍치료제와 염증성질환치료제의 글로벌 임상을 본격 수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미 미국 큐바이오파마(CUE Biopharma), 영국 아박타(AVACTA), 한국 메디포스트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면역항암제, 세포치료제 등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특히, 큐바이오파마와 공동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Cue-101(후보물질명)’은 올해 임상 1상 진입이 기대된다.

삼양사, 현지 법인 설립...“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삼양바이오팜 역시 지난해 하반기 미국 보스턴에 ‘삼양바이오팜USA’를 설립한 바 있다. 삼양바이오팜은 미국 법인 설립을 계기로 다국적제약사, 연구소 등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외부 신약 후보물질과 기술을 발굴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왜 보스턴으로 몰리나

이처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보스턴에 몰리는 데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보스턴에는 글로벌 제약사 R&D센터, 바이오텍, 항암면역질환 전문 의료기관 등이 밀집해 있다. 이와 관련 하버드대학,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보스턴대 등 연구,교육기관과 250여개의 바이오 제약기업, 20여개의 대형 병원이 몰려 있다. 김종성 보스턴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보스턴이 세계적인 바이오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바이오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이들을 지원하는 펀딩시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출처=캠브리지재개발위원회

왜 보스턴인지...또 하나의 이유

보스턴은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빅파마 관계자들이 수시로 만나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전세계 20위권 글로벌 제약사(이하 빅마파) 가운데 18곳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곳에 있는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올해만 62억달러(약 7조원)에 이른다. 2년 전과 비교하면 투자금이 3배로 성장했다. 보스턴에서 창업한 바이오 스타트업은 대략 1000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이 지역에 위치한 하버드대학교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등 세계적인 대학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혁신적인 연구결과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 수많은 스타트업 탄생의 자양분이다. 젊은 스타트업 대표와 연구자들, 글로벌 제약사(이하 빅파마) 관계자들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만나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기술수출까지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보스턴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햄버거를 먹으며 수억달러짜리 기술수출이 이뤄진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앞으로 한국에서는 300억원짜리 바이오 스타트업이 매년 100개는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빅마파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